[마켓칼럼] 덮쳐 오는 고금리의 그림자…침체는 시간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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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정책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금리인하는 필연적으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의 영향으로 추측되는 엔화의 달러화 대비 반등세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없이 지속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원화도 작년부터 달러화의 강세로 인해 엔화와 궤를 같이 하며 약세를 보여 왔다. 원화에 대한 또 하나의 위험요인은 원화 환율의 또 다른 축인 위안화의 움직임이다. 엄청난 부동산 부실채권 문제와 이에 따른 국내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해외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원화 역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책금리 인상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미국 경제의 금리 민감도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하락하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금리정책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통로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시장금리보다 1% 포인트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금융을 빌리고 있는 가계의 비율은 40%를 크게 넘었던 적이 없었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신규 모기지 시장금리보다 3% 포인트 이상 낮은 고정금리로 차입한 가계의 비율이 70%에 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기업금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초저금리를 이용해 장기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비중이 대단히 높아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차환발행 시기가 다가오기까지는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경제가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하여 업황이 금리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IT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더욱 재편되면서 경제 전반의 금리 민감도가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금리 민감도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에 수렴하는데 더욱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팬데믹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탄소배출 절감 정책이나 탈중국 공급망 재편 같은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 핌코 CIO였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미국 경제의 구조재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에 수렴하기까지 긴축정책을 고수한다면 경기 전반에 불필요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경제의 거시지표들은 탄탄한 성장세를지속하고 있고 대표적 IT기업들은 예상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산에 비해 부채가 높은 저소득층과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연체율과 자동차 할부금융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 작년 4/4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은 이미 3%에 달하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기업부문에서도 고금리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스프레드는 아직도 사상 최저치에 묶여 있으나 정크본드 시장의 최하단 기업들의 채권가격은 고금리로 인한 부도위험이 증가하면서 급락하고 있다. 또한, 연준 베이지북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점점 더 어려워져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참 진행되고 있는 1/4분기 실적 발표가 거대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암율한 실적 가이던스를 밝혔듯이 전반적 기업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금리 민감도에 따라 경제 부문별로 외과수술적 타겟팅을 할 수 없기에 무차별적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도 거시지표 상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를 고수하는 동안 금리 민감도가 높은 부문의 고통이 서서히 확대되면서 경제는 결국 침체에 빠지곤 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경제의 구조개편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금리 정책은 필연적으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수렴하지 않더라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인가? 아직까지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이미 인플레이션 제어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현재의 연준은 쉽게 정책목표를 수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해에 정책목표를 수정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MBA 교수
쉽게 하락하지 않는 미 인플레이션
최근 미국의 거시지표들이 엇갈리는 방향성을 보이면서 경기, 주식 및 채권시장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필자는 미 연준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책금리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음에도 미국 경기는 쉽게 둔화되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시 상승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에 동조한다. 최근 1/4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4/4분기 3.4%에서 크게 하락한 1.6%로 발표되면서 일부 성급한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였으나 재고조정, 정부지출, 수입증가를 제외한 미국 경제의 기저 성장률 추세는 3.1%로 나타나 4/4분기의 3.3%에서 거의 둔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달 초에는 4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자수가 175,000명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콘센서스 예상치 241,000명을 크게 밑돌았고 비록 한 달치 자료이긴 하지만 최근의 증가세에서 하락 전환될 수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경기둔화와 이에 따른 금리하락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월별 신규고용자수의 월간 변동 폭이 상당히 크고 3개월, 6개월 평균치는 상승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고용시장 추세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고용지표보다 인플레이션에 더욱 중요한 임금상승률은 대체적으로 점진적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ISM 구매관리자지수 지불가격은 올 초부터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연준 베이지북에서도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산출 가격 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주식시장은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금리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다소 희망 섞인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 경기는 적어도 거시지표상으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으며 재상승할 징조도 엿보여 연준은 올해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에 동조한다.쉽게 꺾이지 않을 달러 강세
미국 경기가 지칠 줄 모르는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팬데믹 이후 치솟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에 일제히 금리를 올리며 정책공조를 이어오던 선진 경제권 중앙은행들은 이제 엇갈린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미 높은 정책금리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이나 영란은행은 더 이상 연준의 금리인하를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채권선물시장은 이들 중앙은행들이 6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연준이 정책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의 금리인하는 필연적으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의 영향으로 추측되는 엔화의 달러화 대비 반등세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없이 지속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원화도 작년부터 달러화의 강세로 인해 엔화와 궤를 같이 하며 약세를 보여 왔다. 원화에 대한 또 하나의 위험요인은 원화 환율의 또 다른 축인 위안화의 움직임이다. 엄청난 부동산 부실채권 문제와 이에 따른 국내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해외 수출을 통해 만회하려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원화 역시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
연준은 작년 중반 이후 정책금리를 5.25~5.5%에서 유지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높은 정책금리는 대체적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작년 중반까지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은 경기가 결국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아직도 오지 않았고 경기침체를 예상하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대부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정책금리 인상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원인은 미국 경제의 금리 민감도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하락하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금리정책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통로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에 따르면 1998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시장금리보다 1% 포인트 낮은 고정금리로 주택금융을 빌리고 있는 가계의 비율은 40%를 크게 넘었던 적이 없었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신규 모기지 시장금리보다 3% 포인트 이상 낮은 고정금리로 차입한 가계의 비율이 70%에 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기업금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초저금리를 이용해 장기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의 비중이 대단히 높아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차환발행 시기가 다가오기까지는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경제가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하여 업황이 금리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IT서비스 등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더욱 재편되면서 경제 전반의 금리 민감도가 하락하였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의 금리 민감도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에 수렴하는데 더욱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팬데믹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탄소배출 절감 정책이나 탈중국 공급망 재편 같은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경제의 구조적 인플레이션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 핌코 CIO였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미국 경제의 구조재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할 때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에 수렴하기까지 긴축정책을 고수한다면 경기 전반에 불필요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경제의 거시지표들은 탄탄한 성장세를지속하고 있고 대표적 IT기업들은 예상치를 초과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산에 비해 부채가 높은 저소득층과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연체율과 자동차 할부금융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 작년 4/4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은 이미 3%에 달하면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기업부문에서도 고금리의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스프레드는 아직도 사상 최저치에 묶여 있으나 정크본드 시장의 최하단 기업들의 채권가격은 고금리로 인한 부도위험이 증가하면서 급락하고 있다. 또한, 연준 베이지북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점점 더 어려워져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한참 진행되고 있는 1/4분기 실적 발표가 거대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암율한 실적 가이던스를 밝혔듯이 전반적 기업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금리 민감도에 따라 경제 부문별로 외과수술적 타겟팅을 할 수 없기에 무차별적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도 거시지표 상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고금리를 고수하는 동안 금리 민감도가 높은 부문의 고통이 서서히 확대되면서 경제는 결국 침체에 빠지곤 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상당 부분 경제의 구조개편에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금리 정책은 필연적으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에 수렴하지 않더라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인가? 아직까지 그런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이미 인플레이션 제어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현재의 연준은 쉽게 정책목표를 수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해에 정책목표를 수정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