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책' 들고나온 尹…'노동법원' 노사 모두 주목 [김대영의 노무스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尹, 노동법원 도입 법안 준비 주문
참여정부, 노동법원 논의 중 좌초
시간·비용·소송대리권 등 과제 산적
참여정부, 노동법원 논의 중 좌초
시간·비용·소송대리권 등 과제 산적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법원'을 도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자 노동계·경영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노동위원회에서 노무 관련 분쟁을 대리하는 노무사 업계에게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달라"며 "노동부와 법무부가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사법부와도 협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노동 분쟁 절차는 노동위와 법원으로 구분돼 있다. 법원을 통해 곧장 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행정절차인 노동위에서 구제받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노동 관련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을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노동법원 도입 법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생토론회 당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노동법원에 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부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노동법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노동법원 도입이) 갑자기 나와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심이 간다"고 했다.
노동계에선 그동안 근로자·노조 권리 구제 절차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법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노동위원회 초심·재심 판정을 거쳐 법원에서 1~3심을 진행할 경우 사실상 5심제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은 "(노동법원 도입 법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게 아니어서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당시엔 노동사건이 일반 사건과 구별되는 특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법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금 청구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경우 민사재판에서 다뤄지고 임금체불·근로시간 제도 위반 등은 형사재판으로 구분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노동법원이 관할하는 영역을 명확하게 가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노동법원 도입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노동법원 도입과 관련해선 노무사 업계 반응이 관건이다. 노동법원이 도입될 경우 노무사들의 역할이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기존 노동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결 과제 중 하나로는 권리 구제에 소요되는 시간 문제가 꼽힌다. 노동위에선 평균 53.7일 만에 사건이 처리된다. 연간 처리 사건은 1만6000여건으로 이 중 95%는 노동위 단계에서 모두 종결된다. 사건 대다수가 법원으로 넘어가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노동법원이 만약 일반 법원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재판 일정을 끌면 노동위보다 권리 구제가 지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분쟁 해결이나 권리 구제에 드는 비용 문제도 중요 과제다. 노동위에서 사건을 대리하는 노무사는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선임 비용이 저렴하다. 노무사들 사이에선 노동법원 도입으로 관련 사건이 모두 변호사를 거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노무사만큼 노동 분야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동희 노무사회 부회장 겸 정책연구센터장(법학박사)은 사견을 전제로 "변리사가 특허법원에서 사건을 대리하듯 노무사도 노동법원에서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법원에서 나타나는 재판 지연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정부가 노동법원을 추진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노동법원 도입이 거론된 데 대해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노동법원 법관을 직업법관으로 할지 독일처럼 명예법관과 배심원을 둘지, 선고 기한이나 소송 비용 등에 관한 특례를 둘지, 노동 관련 민형사상 사건과 행정사건을 모두 관할하게 할지, 노동위를 아예 없앨 것인지, 노무사 소송 대리권은 변호사와 공동 부여할지 단독으로 맡게 할지 같은 선결돼야 하는 전제 조건에 대해선 아무런 검토 없이 노동법원을 그냥 던져놔서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달라"며 "노동부와 법무부가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사법부와도 협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노동 분쟁 절차는 노동위와 법원으로 구분돼 있다. 법원을 통해 곧장 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행정절차인 노동위에서 구제받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노동 관련 형법을 위반했을 때, 또 민사상 피해를 보았을 때 이것을 '원트랙'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노동법원 도입' 메시지…노사 모두 주목
노동법원 도입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이다. 이 대표는 2017년 대선 예비후보 시절에도 노동법원 도입을 주장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당시 예비후보별 노동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노동법원 도입을 "노동3권의 실질화" 방안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당장은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노동법원 도입 법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만큼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생토론회 당일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노동법원에 관해선 언급을 피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부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노동법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노동법원 도입이) 갑자기 나와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심이 간다"고 했다.
노동계에선 그동안 근로자·노조 권리 구제 절차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법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 노동위원회 초심·재심 판정을 거쳐 법원에서 1~3심을 진행할 경우 사실상 5심제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측은 "(노동법원 도입 법안이) 구체적으로 나온 게 아니어서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참여정부 때 나온 정책, 당시엔 결국 '좌초'
노동법원 도입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었다. 당시 김선수 대법관이 사개추위 추진기획단장을 맡았다. 학계의 노동법 분야 주요 인사들도 사개추위에서 노동법원 도입 방안을 설계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당시엔 노동사건이 일반 사건과 구별되는 특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노동법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임금 청구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경우 민사재판에서 다뤄지고 임금체불·근로시간 제도 위반 등은 형사재판으로 구분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노동법원이 관할하는 영역을 명확하게 가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노동법원 도입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노동법원 도입과 관련해선 노무사 업계 반응이 관건이다. 노동법원이 도입될 경우 노무사들의 역할이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기존 노동위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선 '선결 과제' 강조…"진정성 의문" 비판도
노무사들 사이에선 노동위 제도 유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 선결 과제가 해결될 경우엔 노동법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선결 과제 중 하나로는 권리 구제에 소요되는 시간 문제가 꼽힌다. 노동위에선 평균 53.7일 만에 사건이 처리된다. 연간 처리 사건은 1만6000여건으로 이 중 95%는 노동위 단계에서 모두 종결된다. 사건 대다수가 법원으로 넘어가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노동법원이 만약 일반 법원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재판 일정을 끌면 노동위보다 권리 구제가 지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분쟁 해결이나 권리 구제에 드는 비용 문제도 중요 과제다. 노동위에서 사건을 대리하는 노무사는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선임 비용이 저렴하다. 노무사들 사이에선 노동법원 도입으로 관련 사건이 모두 변호사를 거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커지고 노무사만큼 노동 분야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동희 노무사회 부회장 겸 정책연구센터장(법학박사)은 사견을 전제로 "변리사가 특허법원에서 사건을 대리하듯 노무사도 노동법원에서 사건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법원에서 나타나는 재판 지연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정부가 노동법원을 추진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노동법원 도입이 거론된 데 대해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노동법원 법관을 직업법관으로 할지 독일처럼 명예법관과 배심원을 둘지, 선고 기한이나 소송 비용 등에 관한 특례를 둘지, 노동 관련 민형사상 사건과 행정사건을 모두 관할하게 할지, 노동위를 아예 없앨 것인지, 노무사 소송 대리권은 변호사와 공동 부여할지 단독으로 맡게 할지 같은 선결돼야 하는 전제 조건에 대해선 아무런 검토 없이 노동법원을 그냥 던져놔서 진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