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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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화학주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해 실적과 주가 모두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내 화학주가는 중국의 이구환신(새 상품 교체), 미·중 무역갈등의 수혜주로도 꼽힌다. 다만 종목별 주력 제품을 잘 살피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제품별 수요 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KRX 에너지화학 지수는 0.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21%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더 두드러진다. 현재 KRX 에너지화학지수는 2873.16으로 작년 7월25일 기록한 고점 4234.78에 비하면 32%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 등 국내 주요 화학 기업이 다수 포함돼있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화학주를 팔아치우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화학업종 주식을 각각 1460억원, 34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2359억원을 순매수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에도 화학주를 1767억원어치 사들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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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1분기 실적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는 분석에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화학 업종의 1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234.9% 웃돌았다. 이익 달성률도 코스피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종 주가는 1분기 깜짝 실적을 반영해 바닥을 딛고 오른 모습이지만, 소외됐던 시간이 길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주는 미·중 무역갈등 수혜주로도 꼽힌다. 최근 미국 정부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태양전지 관세를 인상했다. 특히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의 관세도 25%로 상향된다. 장갑 관세가 인상되며 말레이시아 장갑 업체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화학 업체는 해당 업체에 친환경라텍스(NB Latex)를 납품하고 있다.

관세 인상에 대해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 기업이 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드러났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말레이시아 장갑 업체 주가가 크게 올랐다"며 "지난달 한국의 친환경 라텍스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 급증했는데, 이번 조치를 감안하면 수출량이 더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도 화학주 기대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중고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신제품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실제 판매가보다 30~40% 저렴한 금액으로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이구환신으로 약 1조위안(약 188조원) 규모의 소비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구환신으로 자동차와 가전에 필요한 플라스틱(PE·PP·ABS 등)과 건설업에 활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가동률이 일부만 회복돼도 화학 업체의 이익은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하락하며 화학 업체의 비용 부담이 줄었고, 3분기 성수기도 다가오고 있다"며 "화학 산업은 오랜 불황을 겪어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로 저평가된 기업이 다수 있지만 현금 흐름이 좋아진다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화학주 중에서도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호재의 무게가 다르다는 점에서다. 키움증권은 금호석유화학,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첨단소재가 이구환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화학제품 ABS, EPS를 생산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를 판매한다. 이구환신으로 신차용타이어(OE) 수요가 늘어 타이어코드 업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