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라인 사태'로 일본이 잃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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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절박함으로 일군 라인
일본 국민 메신저로 '우뚝'
글로벌 빅테크도 못한 일
日, 자유 시장 맞는지 의문
소프트뱅크도 신뢰 저버려
전세계 투자자들 '예의주시'
조미현 금융부 차장
일본 국민 메신저로 '우뚝'
글로벌 빅테크도 못한 일
日, 자유 시장 맞는지 의문
소프트뱅크도 신뢰 저버려
전세계 투자자들 '예의주시'
조미현 금융부 차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네이버를 창업한 이후 20년 동안 딱 한 번 울었다고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다. 당시 그는 일본 도쿄 라인 본사 사무실에 있었다. 고층 빌딩의 휘청거림과 흔들림을 온몸으로 느꼈다. 원전 사태까지 터지자 한국에서 함께 건너온 직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일궈온 일본 사업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이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죽음의 공포와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직원 절반을 돌려보내고 잔류를 택했다. 그리고 지금의 라인 서비스를 완성했다. 2019년 네이버 창립 20주년을 맞아 이 GIO가 들려준 라인의 처절한 스토리다.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이 GIO는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라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6년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섰는데 라인의 일본 상장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라인의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절박감을 꼽았다. 절박감 때문에 헌신했고, 헌신했기에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지진 이후 함께 일본에 남았던 직원들에게 각별한 공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그의 말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라인은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움을 딛고 살아남은 이들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런 라인을 두고 일본 정부의 뻔뻔한 강탈 시도를 마주한 이 GIO의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다만 그가 라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라인은 이해진이라는 개인과 네이버라는 한 기업의 성공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는 일본에서 우뚝 선 국민 메신저가 라인이다. 구글도 메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그는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사태가 끌려갈지는 모르겠지만, 경악스러운 건 자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했다는 일본에서 주주권과 해외 기업의 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KOTRA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홈페이지에 일본에 투자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로 ‘풍요롭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유 시장’을 꼽았다. 일본이 신규 진입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적이고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라인 사태는 이런 일본의 공개적인 약속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일본 투자를 검토하는 잠재적 글로벌 투자자는 라인 사태와 같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기업 간 사적 계약에까지 개입하는 일본 정부의 도 넘은 행태는 경제 전체 활력이 떨어져 저성장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도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라인 사태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보안 사고의 책임은 라인야후 모회사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소프트뱅크에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개인도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GIO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한 당사자가 손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우수 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일본 기업이 아니라 네이버를 선택한 건 AI에 대한 그의 집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은 AI 후진국”이라며 “AI 유망기업이 아직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투자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실태”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협력을 원하는 세계 AI 기술 기업들 역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은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비루한 방식으로는 엄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처절하고 절박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도울 수 없다. 힘을 보태기 싫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낫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죽음의 공포와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직원 절반을 돌려보내고 잔류를 택했다. 그리고 지금의 라인 서비스를 완성했다. 2019년 네이버 창립 20주년을 맞아 이 GIO가 들려준 라인의 처절한 스토리다.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이 GIO는 공개 석상에 설 때마다 라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6년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섰는데 라인의 일본 상장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라인의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절박감을 꼽았다. 절박감 때문에 헌신했고, 헌신했기에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지진 이후 함께 일본에 남았던 직원들에게 각별한 공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그의 말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라인은 죽음의 문턱에서 두려움을 딛고 살아남은 이들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런 라인을 두고 일본 정부의 뻔뻔한 강탈 시도를 마주한 이 GIO의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다만 그가 라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라인은 이해진이라는 개인과 네이버라는 한 기업의 성공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는 일본에서 우뚝 선 국민 메신저가 라인이다. 구글도 메타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그는 “네이버가 제국주의에 끝까지 버티고 저항한 회사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사태가 끌려갈지는 모르겠지만, 경악스러운 건 자유 시장경제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했다는 일본에서 주주권과 해외 기업의 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KOTRA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홈페이지에 일본에 투자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로 ‘풍요롭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유 시장’을 꼽았다. 일본이 신규 진입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선진적이고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라인 사태는 이런 일본의 공개적인 약속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일본 투자를 검토하는 잠재적 글로벌 투자자는 라인 사태와 같은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기업 간 사적 계약에까지 개입하는 일본 정부의 도 넘은 행태는 경제 전체 활력이 떨어져 저성장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도 이번 일을 계기로 책임 있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라인 사태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보안 사고의 책임은 라인야후 모회사의 지분 절반을 보유한 소프트뱅크에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개인도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GIO에게 파트너십을 제안한 당사자가 손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우수 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일본 기업이 아니라 네이버를 선택한 건 AI에 대한 그의 집념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은 AI 후진국”이라며 “AI 유망기업이 아직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어서 투자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실태”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협력을 원하는 세계 AI 기술 기업들 역시 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감도 있지만 지금은 사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비루한 방식으로는 엄혹한 글로벌 시장에서 처절하고 절박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도울 수 없다. 힘을 보태기 싫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