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올 생각하지도 마" 입주자들 폭발…대구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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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분양 입주자 절대 이사불가"
'내 돈' 다 내고 들어온 기존 입주자 '부글부글'
"수분양자-할인 분양자 간 갈등 계속될 것"
'내 돈' 다 내고 들어온 기존 입주자 '부글부글'
"수분양자-할인 분양자 간 갈등 계속될 것"
대구에서 쌓여가는 미분양 상황이 악화하자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제값'을 치른 수분양자들이 '할인가'에 미분양 물량을 산 매수자들의 단지 출입을 막거나 관리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미분양 물량이 20가구가량 남았다. 하지만 시행사인 호반산업이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풀리지 않는 배경엔 기존 입주민들과 할인 분양자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다. 기존에 할인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가구 창문에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를 20% 내도록 강요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거센 반발에 나선 배경은 시행사 호반산업이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혜택에 따른 것이다. 호반산업은 미분양 물량을 매수하면 잔금을 5년 뒤에 납부하게끔 하거나 최대 9000만원을 할인해주는 등 조건을 내걸었다. 회사 입장에선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보니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할인분양으로 아파트를 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자 어려운 처지가 됐고, 나머지 물량을 소진하려고 해도 기존 수분양자들이 막고 있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입주민과 할인 분양 매수자들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시행사 측에서 미분양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원래는 3~4월께 나올 예정이었는데 현재로선 미분양 물량이 언제 풀릴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에서도 이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정문을 비롯해 사방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단지 곳곳에는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플래카드가 잔뜩 걸렸다. 심지어는 입주민이 경계를 서기도 했다.
이 단지는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146가구 중에 20%도 팔지 못했다. 결국 공매로 넘어가 분양가보다 3억~4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기존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한다'는 특약을 이유로 대금 일부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성구 신매동에 있는 '시지라온프라이빗' 상황도 비슷하다. 단지 내에는 '당신의 집도 가압류될 수 있습니다' 등 곳곳에 경고문이 붙었다. 이 단지는 2022년 3월 후분양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약 절반가량이 계약을 마쳤다. 시행사는 같은 해 중순부터 가구당 7000만원 상당의 입주 지원금을 지급하는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이후 작년 중순부터는 2차 할인 분양까지 들어가 분양가가 6억원 초중반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 비대위는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일부 반환 소송을 걸었고 미분양 물량 일부에 가압류를 걸었다.
수성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구 곳곳에서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기존 수분양자와 할인 분양자들 사이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할인 분양이 계속되는 한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대구에서 미분양으로 인한 헤프닝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지어진 '만촌자이르네'에선 수분양자 가운데 한 명이 모델하우스에 있는 모형을 부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수분양자가 계약했던 당시 계약률이 저조했는데 분양사무소 관계자가 청약을 부추기려고 분양률을 속였고, 환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화가 나서 했던 행동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에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1306가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처음 분양하고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2~3년 동안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에 마케팅 등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정리한다. 때문에 입주 때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미분양 물량은 ‘악성’으로 취급된다.
대구는 2022년부터 미분양이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1월부터는 대구시 차원에서 주택 건설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이전에 분양했던 단지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악성 미분양이 늘고 있다. 올해 역시 2만186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 미분양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할인 분양은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런 자구책으로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감면에 나서는 방법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미분양 물량이 20가구가량 남았다. 하지만 시행사인 호반산업이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풀리지 않는 배경엔 기존 입주민들과 할인 분양자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다. 기존에 할인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가구 창문에 '할인 분양 결사반대 입주 금지'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할인 분양자들에게 관리비를 20% 내도록 강요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거센 반발에 나선 배경은 시행사 호반산업이 미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혜택에 따른 것이다. 호반산업은 미분양 물량을 매수하면 잔금을 5년 뒤에 납부하게끔 하거나 최대 9000만원을 할인해주는 등 조건을 내걸었다. 회사 입장에선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보니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할인분양으로 아파트를 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자 어려운 처지가 됐고, 나머지 물량을 소진하려고 해도 기존 수분양자들이 막고 있다.
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입주민과 할인 분양 매수자들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시행사 측에서 미분양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원래는 3~4월께 나올 예정이었는데 현재로선 미분양 물량이 언제 풀릴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성구 수성동4가 '빌리브헤리티지'에서도 이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정문을 비롯해 사방에 철조망이 설치됐다. 단지 곳곳에는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플래카드가 잔뜩 걸렸다. 심지어는 입주민이 경계를 서기도 했다.
이 단지는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146가구 중에 20%도 팔지 못했다. 결국 공매로 넘어가 분양가보다 3억~4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기존 입주자들은 '계약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동일한 조건으로 소급 적용한다'는 특약을 이유로 대금 일부를 반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성구 신매동에 있는 '시지라온프라이빗' 상황도 비슷하다. 단지 내에는 '당신의 집도 가압류될 수 있습니다' 등 곳곳에 경고문이 붙었다. 이 단지는 2022년 3월 후분양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약 절반가량이 계약을 마쳤다. 시행사는 같은 해 중순부터 가구당 7000만원 상당의 입주 지원금을 지급하는 할인 분양에 들어갔다. 이후 작년 중순부터는 2차 할인 분양까지 들어가 분양가가 6억원 초중반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 비대위는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일부 반환 소송을 걸었고 미분양 물량 일부에 가압류를 걸었다.
수성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구 곳곳에서 미분양이 쏟아지면서 기존 수분양자와 할인 분양자들 사이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며 "할인 분양이 계속되는 한 이런 상황이 계속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대구에서 미분양으로 인한 헤프닝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지어진 '만촌자이르네'에선 수분양자 가운데 한 명이 모델하우스에 있는 모형을 부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수분양자가 계약했던 당시 계약률이 저조했는데 분양사무소 관계자가 청약을 부추기려고 분양률을 속였고, 환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화가 나서 했던 행동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에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주택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1306가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처음 분양하고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2~3년 동안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에 마케팅 등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정리한다. 때문에 입주 때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미분양 물량은 ‘악성’으로 취급된다.
대구는 2022년부터 미분양이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해 1월부터는 대구시 차원에서 주택 건설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이전에 분양했던 단지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악성 미분양이 늘고 있다. 올해 역시 2만186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 미분양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할인 분양은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런 자구책으로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나서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감면에 나서는 방법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