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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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년에 한번 평가인가?

입사 시, 회사는 상/ 하반기 평가가 있었다. 상반기 평가 기간은 1. 1~6.30일이었고, 하반기 평가기간은 7. 1~12.31일이었다. 목표는 6월, 12월 중에 상사와 협의하여 결정하였다. 평가는 6월까지의 실적을 정리하여 7월 초에 평가 결과가 개개인에게 통보되었다. 7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정리해 1월 초에 결과를 통보했다. 상/하반기 평가 등급에 따라 개인의 성과급은 차별적으로 지급되었다. 회사의 성과가 좋은 경우, 성과급 재원이 커져 등급간 금액의 차가 컸다. 회사가 적자인 경우, 성과급 지급은 없었다. 이 경우, 성과가 매우 좋은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개별적으로 특별 성과급을 지급하였다. 회사의 성과와 무관하게 개인 평가 등급이 D등급이면,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6월 중순 이후, 자신의 상반기 실적을 정리해야 하고, 하반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통상 6개월 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월별 결과물을 추정하여 비중을 정했다.

어느 순간, 회사가 업적과 역량 평가 모두 1년에 한번 실시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평가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었다. 현업에서는 ‘평가 때문에 일 못하겠다’는 불만이 나왔다. ‘다들 열심히 일했는데, 누구는 좋은 등급으로 높은 성과급을 받고, 누구는 낮은 등급으로 성과급을 거의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인사 부서 입장에서는 평가 결과를 통해 인력 유형별 관리를 함에 있어, 1번 보다는 2번이 보다 더 유리하지만, 1번의 평가 결과로 활용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년간 회계 결산 후, 이익에 따른 성과급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었다. 승진도 1년에 한번 실시하고, 부서 이동 및 선택적 교육도 1년에 한번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현업 조직장이 월별 목표 대비 실적과 계획을 점검하고 면담을 강화하되, 평가는 1년에 1번, 12월말에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1년에 한번 평가를 실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점검과 피드백이다. 오죽하면 팀원들이 ‘성과와 역량보다는 상사와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1년을 같은 조직장과 근무했지만, 면담 한번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실제 업적 평가와 역량 평가를 조사하면, 승진 대상자의 평가 등급은 예전에 비해 높은 편이고, 전년 승진한 직원의 평가 결과는 승진 전보다 떨어진다. 업적 평가 등급이 높은(낮은) 팀원은 역량 평가 등급도 높다(낮다). 평가 결과 통보 후, 팀원의 불만과 사기저하로 조직장들이 힘든 것은 1년에 2번 평가를 실시할 때와 동일하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성과관리 방안으로 초 우량 기업들이 즐겨 사용하는 툴이 OKR이다. OKR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성과관리의 주기가 3개월이다. 분기별 도전적인 실행과제와 결과물을 중심으로 점검과 피드백을 통해 성과관리를 한다. 반기 평가를 하는데도 평가 때문에 일 못하겠다는 우리 기업과는 많이 다르다. OKR을 통해 도전적인 목표 정하기, 결과물 중심의 실적, 주 단위 점검과 피드백, 월 및 분기 실적 관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일과 성과에 대한 구성원의 역량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회사는 성과창출을 하게 된다. OKR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프로세스의 탁월함도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조직장의 의식과 열정이다. 놀라운 것은 OKR은 성과관리 툴이지 평가 툴이 아니다.

국내 기업의 대부분은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일부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기업이 있지만, 목표 설정과 수준의 어려움, 관대화 경향으로 결국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상황이다. 다만, 상대평가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 평가를 개인 평가에 연계하거나, 핵심 직무와 인력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치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기업이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어떤 제도를 도입했다면, 얻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평가 제도의 목적은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향상, 성과 창출이 목적일 것이다. HR의 관점에서는 평가 결과를 통해 인력 유형별 관리와 차별적 활용이 추가된다. 그러면 현재 우리 기업이 평가제도를 통해 역량이 향상되고 성과가 창출된다고 확신하며 신뢰하는가? 많은 임직원이 왜 평가 무용론을 주장하며, 공정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다고 불만하는가?

평가가 서열 또는 등급을 구분하여 차별적으로 처우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사 성과를 높이 달성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목표, 과정관리, 평가의 방법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목표 설정 측면에서는 직급, 역량, 근속을 고려하여 직속 상사가 구성원에게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 목표는 실행 과제이며, 결과물을 중심으로 가중치와 달성 시기 및 달성 방법, 핵심 성과 지표를 구성원이 정하게 해야 한다. 최소 월별 목표에 대한 발표와 점검을 실시하고 피드백 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지켜보며 목표에 대한 조정을 해줘야 한다.
둘째, 과정관리는 철저하게 목표 기반으로 해야 한다. 최소 월별 목표 대비 업적과 역량 실적, 잘한 일, 애로사항 등을 발표하고 개별 면담을 통해 피드백해줘야 한다. 추가 지시사항은 기록하여 목표와 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평가자는 월별 구성원의 목표 대비 실적과 특이 사항을 중심으로 상사와 소통을 해야 한다.
셋째, 평가는 기록에 의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자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있도록 발표와 면담 과정을 가져가야 한다.

이러한 목표/ 과정관리/ 평가는 서열 개념이 아닌 역량과 성과 창출의 방안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결국 상대평가의 제도하에서는 등급을 결정해야 한다. 조직의 평가 결과가 좋으면 개인의 상대 등급의 가중치가 높아져야 한다. 월별 목표 및 과정관리의 발표와 점검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그 결과를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1년에 한번 평가를 하든, 2번 평가를 하든 큰 차이점이 없을 것이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는 1년 한번의 목표 보다는 2번의 목표를 정해 추진하는 것이 보다 역량과 성과 창출에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장인 평가자이다. 조직장인 평가자의 생각의 전환과 열정 없이는 제도가 성공할 수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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