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삼성SDS, 쿠팡, 배민 본사 있어…지리적 이점
롯데월드타워 오피스에 테크 등 기업과 스타트업 둥지
테크기업들, 판교·테헤란 대신 '잠실로 모인다'
#1. 29층 사무실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창문 너머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은 타워 외벽인 창문을 따라 360도 빙 둘러 이어져 있어 어디서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창문을 정면으로 마주한 '명당' 자리를 차지한 직원도 눈에 띄었다.

사무 공간 사이 코너에 마련된 휴게 공간 소파에 앉으니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것 못지않게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최근 테크·글로벌 기업들이 판교·테헤란 대신 잠실로 몰려들고 있다.

삼성SDS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대표 플랫폼 쿠팡,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 HR테크기업 '원티드랩' 등의 테크 기업들이 잠실에 있다.

이들 기업이 잠실에 둥지를 튼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지리적인 이점 때문이다.

잠실은 지하철(2호선·8호선)과 버스가 연계된 교통 편의성에서 분당 판교보다 우수하고 출퇴근과 외근 때 상대적으로 시내와 가까워 최근 테크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뜨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9일 "지리적으로 시내 접근성 측면에서 분당보다 잠실이 가깝다는 인식이 최근 확산하면서 테크기업들의 성지가 분당에서 잠실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일 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본부 수석부장은 "교통 측면에서 지하철 환승이나 버스가 잘 돼 외근을 나갈 때 좋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2020년 강남 테헤란로에서 잠실로 이전했다.

사무실 면적은 3천400㎡(약 1천평)으로, 롯데월드타워 29층 전체를 사용한다.

보통 강남·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에 들어선 기업들은 한 건물의 여러 층을 나눠 쓰는 반면 롯데월드타워는 1개 층의 넓은 면적을 쓰기 때문에 사무공간에 벽이나 문이 없다.

김 수석부장은 "테헤란로에선 여러 층을 사용하다 보니 직원들끼리 단절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직원 간 교류가 원활하고 협업하거나 미팅할 때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테크·글로벌 기업 젊은 직원들은 석촌호수를 비롯한 주변 경관과 문화시설에 높은 점수를 줬다.

우아한형제들 직원 김모씨는 "경치가 좋고 서울 랜드마크에 있다 보니 근로 의욕도 생긴다"며 "점심시간에 석촌호수를 돌면서 쇼핑몰에서 하는 행사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에 문정동 법조타운이 있다는 점도 기업들 사이에선 장점으로 꼽힌다.

테크기업들, 판교·테헤란 대신 '잠실로 모인다'
쿠팡은 2017년 송파구 신천동 '타워 730'으로 사옥을 옮겼다.

당시 개방형 공간 설계로 직원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만나 소통하도록 했고 층마다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오픈 라운지'도 마련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은 2021년 7월 잠실 롯데월드타워 오피스에 입주했다.

특히 이 오피스 입주율은 2017년 47%에서 현재 100%로 높아진 상태다.

이곳에는 테크기업들을 포함해 K방산 대표기업인 LIG넥스원과 유한킴벌리, 데상트코리아, 한국다케다제약, 유코카캐리어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 BBQ, BHC, 한미약품, 씨젠 등 23개 기업이 있다.

30층에 자리한 공유오피스 '워크플렉스'에서는 스타트업 등 35개 회사가 들어섰다.

김남수 롯데물산 오피스팀장은 "지리적 이점, 경관, 차별화된 서비스 등으로 100% 입주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임차인과 유기적인 소통을 지속하고 오피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