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명동 다이소 명동역점 매장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맡고 있다./사진=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 15일 서울 명동 다이소 명동역점 매장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맡고 있다./사진=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과 일본에서 생활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자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는 균일가 생활용품점으로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다이소, 세리아 등 '100엔(약 870원)숍'으로 불리는 생활용품점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엔(약 8조75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매출이 3조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신기록을 쓴 바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신용정보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자료를 인용해 상품 대다수를 100엔에 판매하는 다이소, 세리아 등 생활용품점의 2023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약 1조200억엔(약 8조88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보도했다.

최근 10년간 100엔숍의 점포 수가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이 1조엔을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100엔숍 시장 규모는 2013년도 6530억엔(약 5조6800억원)에서 10년 만에 60%가량 커졌다. 점포 수도 10년 전보다 50% 늘어난 8900여 곳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로 100엔에 판매가를 책정하기 어려워지자 주력 상품 가격을 300엔(약 2600원)에 책정한 '300엔숍'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도에 약 400곳이던 300엔숍은 지난해 1100곳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일본 현지 소비자물가 상승 기조가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균일가 생활용품점에서 생활필수품과 잡화 등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4월 이후 꾸준히 2%를 웃돌았고, 지난해에는 3.1%로 1982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임금 상승 폭은 정체돼 실질임금이 2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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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생활물가 상승으로 균일가 생활용품점이 약진했다. 국내 다이소 운영사인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이 키운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일본 측 지분을 청산하면서 한국 기업이 됐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7.5%, 9.4% 증가한 3조4605억원, 2617억원을 거뒀다. 순이익도 26.9% 뛴 2505억원으로 집계됐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문점 영역에서 지난해 다이소 등 저가 채널의 성장이 폭발적이었다"며 "다이소는 대표적인 초저가 채널로 물가 상승 구간부터 높은 신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부진할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불황형 소비와 관련 있는 기업은 역으로 반사이익을 누린다"며 "가성비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경기둔화 시기에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