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기각' 결정한 구회근, 결정문만 40쪽…공정심리 초점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 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사진)는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2심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다. 구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방대한 분량의 결정문을 쓰는 등 마지막까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는 지난 16일 의대 교수, 재학생 등 18명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인원 반영 여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1심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이유로 각하했기 때문에 2심에서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구 부장판사가 심문에서 “최근 판례를 보면 제3자의 원고 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정한 2000명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자 파장이 일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인용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도 반색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를 통상적인 심문 과정으로 평가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학마다 수용 능력이 다른 만큼 재학생이 법률상 보호받아야 할 이익도 다를 수 있어 사실관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심과 달리 항고심에서는 부산대 의대생이 유일하게 원고 적격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부산대 의대 정원이 기존 125명에서 2025학년도 163명으로 늘면 증원분이 38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의대 증원이 재학생 학습권을 침해할 만큼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구 부장판사는 심리 기간 내내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문은 보통 두세 쪽으로 쓰지만 4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했고 어휘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법원 안팎에서는 구 부장판사를 ‘합리적인 법관’으로 평가한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고법 민사33부 재판장을 지내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 면제 법리’를 이유로 원고 청구를 각하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해 주목받았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