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리걸테크 업체에 투자한 벤처투자사에 사실상 투자 집행을 경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협이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서비스를 출시한 스타트업과 로펌의 형사고발을 검토 중인 가운데 리걸테크 투자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벤처캐피털(VC)업계에 따르면 변협은 스타트업 BHSN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 등 20여 개 VC를 대상으로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 시 변호사법 위반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회’를 오는 29일 개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설명회 초청 취지에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안내하기 위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공문을 받은 투자사에는 ‘배달의민족’과 ‘토스’의 성공으로 잘 알려진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해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하나벤처스, 신한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국내 주요 VC가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들 VC는 BHSN(AI 기반 계약관리솔루션), 엘박스(변호사용 법률 AI 챗봇), 로앤굿(금융법 AI 챗봇·소송금융 서비스), 모두싸인(AI 기반 계약관리솔루션) 등 AI 기술 기반 리걸테크 스타트업에 최근 투자한 곳이다.

VC업계는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와 한 차례 전쟁을 치른 변협이 ‘리걸테크 2차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설명회 초청 공문을 받은 한 VC 관계자는 “설명회를 핑계로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자제하라고 협박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일부 VC 담당자는 공문과 함께 “변호사법 위반에 동참하는 것이다”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등의 전화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이 투자사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앤굿, 엘박스, BHSN 등 3개 리걸테크에 투자한 한 VC는 지난달 초 변협으로부터 ‘법률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검토 시 주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이 공문에서 변협은 “현재 다양한 법률 분야 스타트업들이 법률상담서비스, 변호사비 지원 서비스(소위 ‘소송금융 서비스’) 및 법률 AI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변호사법을 위반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리걸테크 기업에 대한 형사고발을 시사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