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약 84만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회원들이 남성들의 나체 사진 등을 공유했다는 이른바 '여성판 N번방' 사태에 여성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장 먼저 이 문제를 공론화한 정치인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다. 허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데이트 앱에서 만난 외국 남성들의 실물이나 성기 등의 정보를 후기 형식으로 카페에 공유했다고 한다"고 썼다.

허 대표는 "카페에서 널리 공유된 '미군남 빅데이터 전차수 총망라' 리스트에는 미군의 신상이 상세히 적혀 있다. 범죄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며 "명백한 '제2의 N번방' 사건이다. 범죄 수법에 차이가 있다고 하나 그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수년 전 많은 여성에게 극심한 피해를 준 N번방 가해자들과 동일한 잣대의 엄벌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허 대표의 글을 공유하면서 "허 대표의 시각에 100% 동의한다. 동일한 잣대의 엄벌, 이것이 핵심"이라며 "매우 중대한 성범죄다. 이 사건으로 주한미군 남성들이 큰 상처와 실망을 갖게 되진 않을지 걱정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남성을 상대로 자행된 같은 수법의 범죄도 엄정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나 당선인은 이어 "'당당함', '표현의 자유' 따위는 절대 설 자리도 없고, 언급돼서도 안 될 사안"이라며 "저 역시 국민의힘과 함께 남성의 성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가해 행위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대안과 해결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백지원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끔찍한 현실이다. 남성을 가해자로 낙인찍고 성별 혐오를 부추긴 결과"라며 "그들이 만든 사각지대 속에 남성은 철저히 피해자였을 뿐이다. 학습된 피해의식으로 사회적 가스라이팅을 선동하는 그들은 여성에게 성별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행위를 당당하게 요구했고, 급기야 남성의 나체를 고깃덩이처럼 품평하고 미성년 남성까지 희롱하기에 이르렀다"고 썼다.

그러면서 "만약 성별이 바뀌어 일어난 일이라면, 즉시 심각한 문제로 공론화됐을 것이다. 다음 카페 '여성시대'는 주민등록증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다. 수사가 진행된다면 가해자의 신상 확보는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며 "카카오가 이를 모를 리 없는데 제재 불가라며 쉬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중한 성범죄는 성별과 관계없이 같은 잣대로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성별을 방패로 쓰는 파렴치함이 더는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다음 카페 여성시대 일부 회원들이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성들의 알몸 사진 등을 공유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 카페의 한 회원은 '미군남 빅데이터 전차수 총망라'라는 목록을 만들어 30명이 넘는 주한미군의 신상정보를 공유했다고 한다. 이에 주한미군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