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의 韓 기술 인력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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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베이징 특파원
‘전력관리반도체(PMIC) 설계 담당자 모집(중국 글로벌 반도체 업체).’
최근 국내 1위 경력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중국 반도체 회사의 인력 모집 공고다. 이 플랫폼에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빼내려는 중국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장은 “중국은 엔지니어 등 현장 인력 수요가 많고, 미국은 박사급 고급 두뇌 유출이 많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인재 유출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줄인 것도 인재 유출 속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연구소 예산이 크게 줄면서 ‘호구지책’으로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연구자가 늘고 있어서다. 연구기관 내 세대 갈등도 심각하다.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기관의 ‘올드보이’들이 그나마 있는 연구비를 독식한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한 국책 연구기관 위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탈(脫)한국’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박사급 인재와 핵심 산업 엔지니어들이 탈한국을 택하고 있는 것은 해외의 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 세계 주요 국가는 정부 주도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자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반도체 업체에 총 527억달러를 퍼줄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경을 초월한 첨단산업 인재 확보 전쟁에서 한국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AI 인재는 외부 유출로 순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분야는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임원과 연구자들은 돈다발을 준비한 미·중 반도체 기업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주요 열강은 첨단기술 육성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다. 이들은 첨단산업을 특정 기업의 수익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한국은 여전히 비교우위에 있다. 그래서 더욱 파격적인 첨단산업 지원 정책과 인재 육성·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산업정책 선진국 한국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최근 국내 1위 경력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중국 반도체 회사의 인력 모집 공고다. 이 플랫폼에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우수한 반도체 인력을 빼내려는 중국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장은 “중국은 엔지니어 등 현장 인력 수요가 많고, 미국은 박사급 고급 두뇌 유출이 많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인재 유출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줄인 것도 인재 유출 속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연구소 예산이 크게 줄면서 ‘호구지책’으로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연구자가 늘고 있어서다. 연구기관 내 세대 갈등도 심각하다.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기관의 ‘올드보이’들이 그나마 있는 연구비를 독식한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한 국책 연구기관 위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젊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탈(脫)한국’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늘어나는 中 인력 수요
박사급 인재들의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중국 센터장은 “연구원 커뮤니티에 미국이나 중국으로의 이직을 고려한다는 글이 최근 크게 늘었다”며 “R&D를 홀대하는 한국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중국 사무소장은 “R&D 예산 축소 등의 영향으로 국내 연구기관들은 중국 내 사무실 운영도 어려운 수준”이라며 “반면 중국은 연구비를 풍부하게 지원하고 있어 이직 유혹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한국의 박사급 인재와 핵심 산업 엔지니어들이 탈한국을 택하고 있는 것은 해외의 인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 세계 주요 국가는 정부 주도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첨단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자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반도체 업체에 총 527억달러를 퍼줄 계획이다.
韓 인재 전쟁에서 '열세'
중국의 반도체 분야 투자는 2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가 약속한 10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경을 초월한 첨단산업 인재 확보 전쟁에서 한국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AI 인재는 외부 유출로 순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분야는 상황이 심각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임원과 연구자들은 돈다발을 준비한 미·중 반도체 기업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주요 열강은 첨단기술 육성에 국가의 운명을 걸었다. 이들은 첨단산업을 특정 기업의 수익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한국은 여전히 비교우위에 있다. 그래서 더욱 파격적인 첨단산업 지원 정책과 인재 육성·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산업정책 선진국 한국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