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공인회계사회장 선거…'청년 표심이 관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 막이 올랐다. 로컬 회계법인 대표와 이른바 '빅4' 중 하나인 대형법인 회장, 학계 출신 전직 국회의원 등이 삼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각 후보들은 올해 시행 5년차를 맞은 주기적지정제 수성을 최대 현안으로 꼽고 제각각 다른 실행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회계사 최소선발인원 조정, 감독기관과 회계업계간 관계 재정립, 한공회의 세대 교체 등도 주요 사안으로 부상했다.

'주기적지정제 절대 수성' 입모아

20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한공회는 이날부터 한공회 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와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가나다 순)이 이날 후보자 등록을 완료했다.

각 후보들은 주기적지정제를 비롯한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 수성을 업계 최주요 현안으로 꼽았다. 주기적지정제는 6년간 외부감사인을 선택해 감사를 받은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이후 3년간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그간 감사 수주 경쟁에 기업 눈치를 봐야했던 회계업계와 기업간 '갑을관계'를 해소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2020회계연도부터 적용됐으나 최근 완화·예외 적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세 후보들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기적지정제의 정착과 수성을 위해 힘쓰겠다며 각기 다른 방안을 내놨다.

나철호 대표는 대변인과 현안 태스크포스(TF), 한공회 유튜브 채널 등을 신설해 한공회 목소리를 키울 방침이다. 그는 "주기적지정제 도입 이후 감사를 잘못한 회계사가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등 과도한 책임이 따르게 된 점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이라며 "현행 8년인 감사조서 보관의무 기간도 적정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약화된 표준감사시간제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회장은 한공회 내에 정부, 국회, 언론, 학계, 시민사회 등 5대 영역을 담당하는 '회계와 사회위원회'를 신설해 주기적지정제 등 현안 관련 조율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한공회 내부에 실제로 어젠다 실행력이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딜로이트 CEO를 역임하고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그간 쌓아온 재계, 학계, 언론,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최운열 전 의원은 정재계 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설득을 강조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신외감법을 주도해 발의한 만큼 법안의 취지를 잘 알고 있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에 자신이 있다"며 "지정감사제에 따라 국제 신인도가 높아지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등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각종 이득 등에 관련해 폭넓게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회계사 최소선발인원 조정해야"

청년 회계사들의 주요 관심거리 중 하나인 회계사 선발인원에 대해서도 각 후보의 입장이 큰 틀에서 비슷하다. 최소 선발인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은 1250명으로 작년(1100명)보다 150명 늘었다.

나철호 대표는 "최소 선발인원을 줄이거나 최소한 현행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의 수요와 공급 현황을 따져 볼 때 한동안은 증원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근거없는 증원에 대해선 강력 반대할 계획이다.

이정희 회장은 "인원 결정 방법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결정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논의해 최소선발인원 결정 근거를 보다 투명히 밝히도록 하고, 3~5년간 중기적 범위 안에서 예시제를 도입하는 안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최운열 전 의원은 "인공지능(AI) 시대에 회계사 인력 수요가 지금과 같을지도 주요 관건"이라며 "기술이 빠르게 진보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금 수준이 적정할지를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내 청년·여성·지역 위상 제고도

후보들은 회계업계에서 청년, 여성, 지역 회계사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고도 공언하고 있다. 주요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한편 한공회의 영향력도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공인회계사회는 회원 약 2만6000명을 두고 있다. 이중 75%가 만 40세 이하다. 여성 비중도 최근 누적 기준 20%대로 올랐다.

나철호 대표는 회원 신문고제를 공약으로 걸었다. 일정 수 이상이 청원에 동의한 경우 회장이 직접 사안을 맡아 처리하고, 사후보고까지 하는 제도다. 회원들의 문의사항을 처리하는 전용 콜센터도 운영할 방침이다. 매년 회원의 만족도 조사도 받을 계획이다.

이정희 회장은 한공회 이사회 구성 방식을 바꾸겠다고 했다. 청년·여성·지방 회계사들을 이사회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해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취지다. 5대 지방회계사회는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한공회 리더십에도 참여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최운열 전 의원도 이사회를 비롯한 한공회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 회계사에 더해 20%에 달하는 여성 회계사들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한공회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삼인삼색…"청년·여성 표심이 관건"

이번 한공회장 선거에 나서는 세 후보는 경력, 전문분야, 연령대 등에 '겹치는 색'이 없는 게 특징이다. 각자 특징이 뚜렷한 만큼 누가 주요 유권자층의 마음을 움직이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막오른 공인회계사회장 선거…'청년 표심이 관건'
나철호 대표는 그간 한공회에서 열린 선거만 네 번을 거쳐 감사와 선출부회장 등 회원 선출직을 역임했다. 회계업계에서 발이 넓고 회무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다. 1972년생으로 '젊은 피'로 통한다. 나 대표는 "밖으로는 소신있게 할 말을 하는 강한 공인회계사회를 만들고, 안으로는 젊은 시야로 회원들과 애환을 같이 하겠다”며 “젊은 회계사가 이끄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희 회장은 딜로이트안진 세무본부장 시절 당시엔 법무법인의 독점 영역으로 통했던 세무자문 사업을 회계법인의 먹거리로 개척한 일화로 이름났다. 딜로이트안진 대표를 지낸 그는 한공회 선거가 끝나면 당락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을 완전히 떠나겠다며 배수진도 쳤다. 이 회장은 "40여년간 몸담은 회계업계 전반의 발전을 최우선으로 놓겠다"며 "회계업계 이해 사안을 치밀하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했다.

최운열 전 의원은 30여년간 교수 생활 후 국회의원으로서 직접 의정활동을 한 게 차별점이다. 제20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6+3년' 구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설계하고 신외감법 입법을 주도했다. 최 전 의원은 "신외감법을 비롯한 회계 개혁법안을 제대로 정착시켜 회계사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며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는 회계업계 기능을 끌어올려 그에 걸맞는 사회적 대접을 받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