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이 괴롭힘 인정하면 끝! 회사는 다툴수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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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근로자가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하게 되면, 고용노동청은 피진정인으로 지목된 회사에게 진정인의 신고 내용과 회신기한을 고지하면서 객관적으로 조사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회사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경우 진정인에 대한 보호 조치 등 개선지도를 한다.
그런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다툴 수 있을까? 진정인(근로자)은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재진정, 재재진정 등을 통해 다툴 수 있다. 실제로 재진정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된 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징계에 대해 다툴 수 있다.
반면,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대해 사용자가 다툴 수 있는 제도는 현재 없다(물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사용자는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이는 고용노동청의 ‘개선지도’는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하지 않아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해당되어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법원은 '고용노동청이 한 통지행위는 사용자의 이행을 권고하는 차원에서 피고가 1차적으로 조사, 확인한 내용을 알려준 것에 불과하고, 사용자가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고의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되는 등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은 근로기준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일반적인 절차로서 특별히 원고에게 불이익을 고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근로감독이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관이 이 사건 통지행위에 구속되어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없다거나 그러한 직장 내 괴롭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는 이유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수원지법 2022. 5. 26. 선고 2021구합65447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3. 5. 19. 선고 2022누12292 판결/ 대법원 2023. 9. 21.선고 2023두42935 판결(심리불속행기각) 등].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근로기준정책과-2384,2021.8.6.),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22-1073, 2022. 8. 23.)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기존 입장과 다르게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이유로 한 고용노동청의 ‘개선지도’가 행정심판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2021-15177, 2022. 6. 14.). 즉,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하고 이를 이유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개선지도를 하면서 기한 내 개선지도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청구인을 차기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에 포함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개선지도는 청구인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임에도 이의신청 등 별도의 불복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개선지도를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청구인은 이에 대해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개선지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행정심판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지도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책무가 있을 뿐 이 사건 처분(개선지도)을 할 근거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사건 개선지도가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 행정심판 이후에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노동청의 직장내 괴롭힘 인정 그 자체는 청구인에게 직접적으로 어떠한 권리·의무를 부여하거나 청구인의 법률상 이익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어서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22-10735, 2022. 8. 23.).
이처럼 아직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개선지도)이 행정심판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판례는 ‘처분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누9099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등). 그런데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개선지도가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지는 법리적으로 볼 때에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그에 따른 개선의무를 일반 사용자가 거부하기는 어렵고, 직장 내 괴롭힘 인정으로 인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손상 등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진정인에 대한 인사발령, 업무평가 등이 불이익 처분으로 보아 형사처벌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일선 노동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인들의 끈질긴 재진정, 민원제기 등으로 인해 마지못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할 경우 그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고, 이러한 명시적인 불복절차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다투어 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그런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다툴 수 있을까? 진정인(근로자)은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재진정, 재재진정 등을 통해 다툴 수 있다. 실제로 재진정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된 근로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징계에 대해 다툴 수 있다.
반면,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 대해 사용자가 다툴 수 있는 제도는 현재 없다(물론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사용자는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이는 고용노동청의 ‘개선지도’는 그 자체로 일정한 법적 효과를 발생하지 않아 ‘비권력적 사실행위인 행정지도’에 해당되어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법원은 '고용노동청이 한 통지행위는 사용자의 이행을 권고하는 차원에서 피고가 1차적으로 조사, 확인한 내용을 알려준 것에 불과하고, 사용자가 개선지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피고의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되는 등 불이익을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은 근로기준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일반적인 절차로서 특별히 원고에게 불이익을 고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근로감독이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근로감독관이 이 사건 통지행위에 구속되어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없다거나 그러한 직장 내 괴롭힘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는 이유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수원지법 2022. 5. 26. 선고 2021구합65447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3. 5. 19. 선고 2022누12292 판결/ 대법원 2023. 9. 21.선고 2023두42935 판결(심리불속행기각) 등].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근로기준정책과-2384,2021.8.6.),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22-1073, 2022. 8. 23.)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최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기존 입장과 다르게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이유로 한 고용노동청의 ‘개선지도’가 행정심판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2021-15177, 2022. 6. 14.). 즉, ‘피청구인은 청구인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하고 이를 이유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개선지도를 하면서 기한 내 개선지도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청구인을 차기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에 포함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피청구인의 이 사건 개선지도는 청구인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임에도 이의신청 등 별도의 불복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개선지도를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청구인은 이에 대해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개선지도는 불이익처분으로서 행정심판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지도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책무가 있을 뿐 이 사건 처분(개선지도)을 할 근거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사건 개선지도가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 행정심판 이후에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노동청의 직장내 괴롭힘 인정 그 자체는 청구인에게 직접적으로 어떠한 권리·의무를 부여하거나 청구인의 법률상 이익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어서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중앙행정심판위원회 2022-10735, 2022. 8. 23.).
이처럼 아직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개선지도)이 행정심판 대상이 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판례는 ‘처분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5누9099 판결,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등). 그런데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개선지도가 ‘구체적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지는 법리적으로 볼 때에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과 그에 따른 개선의무를 일반 사용자가 거부하기는 어렵고, 직장 내 괴롭힘 인정으로 인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손상 등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진정인에 대한 인사발령, 업무평가 등이 불이익 처분으로 보아 형사처벌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일선 노동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인들의 끈질긴 재진정, 민원제기 등으로 인해 마지못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할 경우 그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고, 이러한 명시적인 불복절차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용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하여 다투어 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