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이냐 도급이냐…분쟁의 이면에는 결국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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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도 파견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내도급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파견법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급인의 지시를 파견법상 지휘·명령으로 해석해 사내도급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급은 민법에서 직접 정하고 있는 전형(典型) 계약 중 하나로 합법적인 계약이고, 특히 다수의 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이를 파견으로 해석하여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다소 억울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 파견법이 경쟁국과 달리 파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직접공정업무에 대해서는 파견 자체를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행 파견법상 직접생산공정에서의 파견근로자 사용이 전면 금지되므로, 일부 공정 또는 업무에 대하여 도급을 하더라도 도급이 파견으로 해석되는 순간 여지없이 불법파견이 된다.
불법파견에 따른 효과로 도급인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놓이게 되면서 수급인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즉 파견법에 따라 인정된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인정되는 거래 관계에 따라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 문제는 도급을 파견으로 인정하기 위한 직접적인 법률상 규제가 부재하고 판례법리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거래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분쟁 국면에서도 도급과 파견을 가리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파견법 자체가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된 것이므로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부는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통해서만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하고, 파견근로자를 비롯하여 이와 다른 형태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부분 고용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안정은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이를 강제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오늘날의 고용안정은 노동에 대한 수요 확대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일자리는 노동에 대한 수요 확대가 아니라 세금을 투입하는 복지정책에 가깝다). 오히려 시장에 대한 개입이 왜곡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으로 되돌아 가보면 수십만명이 근로자가 이미 파견관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제정에 반대하던 쪽에서는 파견제도를 죄악시하면서 입법 자체를 반대하였다. 파견제도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견형태의 일자리는 파견법이 제정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창출된 것이다. 즉 누구의 강제도 아닌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타 다른 규제법령과 마찬가지로 파견제도 역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제한하는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므로 입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만약 파견제도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면 (물론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없지만) 파견제도에 근거한 거래가 일거에 사라지게 되므로, 그에 따른 경제적 후생 감소는 분명하다. 반면 파견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더라도 그만큼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나아가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분야에 대한 투자 또는 사업의 확장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두 총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아울러 어떤 산업 혹은 어느 직종이든 파견근로자 사용여부가 획일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규제는 해당 산업 또는 직종에서 파견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동일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근본적으로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도모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여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 현재 파견법이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현행 파견법과 같은 방식으로 파견근로자 사용여부를 규제하는 방식은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파견법상 규제의 효과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파견 자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관한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제도 및 처벌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파견 자체에 관한 규제는 앞으로 거래 주체의 필요에 따라 파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파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대한 규제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면서 파견제도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오로지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적을 위한 파견근로자 사용 유인을 억제하고, 파견제도를 과감한 투자 및 인력 수요의 증감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하게 함으로써 파견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미 실무에서 수급인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원청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경우 분쟁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분쟁은 원청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에 비하여 더 적은 보수를 받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파견 자체에 관한 규제는 풀되 차별에 대한 규제를 적절히 강화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운영하면 파견법상 분쟁의 발생도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우리나라 파견법이 경쟁국과 달리 파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으로 규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직접공정업무에 대해서는 파견 자체를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행 파견법상 직접생산공정에서의 파견근로자 사용이 전면 금지되므로, 일부 공정 또는 업무에 대하여 도급을 하더라도 도급이 파견으로 해석되는 순간 여지없이 불법파견이 된다.
불법파견에 따른 효과로 도급인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놓이게 되면서 수급인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 즉 파견법에 따라 인정된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인정되는 거래 관계에 따라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 문제는 도급을 파견으로 인정하기 위한 직접적인 법률상 규제가 부재하고 판례법리에 의존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거래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고, 분쟁 국면에서도 도급과 파견을 가리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파견법 자체가 파견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된 것이므로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부는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통해서만 노동력을 제공받아야 하고, 파견근로자를 비롯하여 이와 다른 형태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부분 고용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안정은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이를 강제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오늘날의 고용안정은 노동에 대한 수요 확대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일자리는 노동에 대한 수요 확대가 아니라 세금을 투입하는 복지정책에 가깝다). 오히려 시장에 대한 개입이 왜곡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으로 되돌아 가보면 수십만명이 근로자가 이미 파견관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제정에 반대하던 쪽에서는 파견제도를 죄악시하면서 입법 자체를 반대하였다. 파견제도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파견형태의 일자리는 파견법이 제정됨으로써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창출된 것이다. 즉 누구의 강제도 아닌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타 다른 규제법령과 마찬가지로 파견제도 역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제한하는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므로 입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만약 파견제도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된다면 (물론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없지만) 파견제도에 근거한 거래가 일거에 사라지게 되므로, 그에 따른 경제적 후생 감소는 분명하다. 반면 파견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더라도 그만큼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보장도 없다. 나아가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분야에 대한 투자 또는 사업의 확장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두 총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아울러 어떤 산업 혹은 어느 직종이든 파견근로자 사용여부가 획일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규제는 해당 산업 또는 직종에서 파견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동일한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근본적으로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도모하고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여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인데, 현재 파견법이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현행 파견법과 같은 방식으로 파견근로자 사용여부를 규제하는 방식은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파견법상 규제의 효과는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파견 자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관한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제도 및 처벌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파견 자체에 관한 규제는 앞으로 거래 주체의 필요에 따라 파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동시에 파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대한 규제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면서 파견제도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는 기업으로 하여금 오로지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적을 위한 파견근로자 사용 유인을 억제하고, 파견제도를 과감한 투자 및 인력 수요의 증감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하게 함으로써 파견제도를 반대하는 측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미 실무에서 수급인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가 원청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경우 분쟁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분쟁은 원청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에 비하여 더 적은 보수를 받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파견 자체에 관한 규제는 풀되 차별에 대한 규제를 적절히 강화하여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운영하면 파견법상 분쟁의 발생도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