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서울. (사진=호텔롯데)
롯데호텔 서울. (사진=호텔롯데)
코로나19로 확장 전략을 보류했던 호텔롯데가 올해 들어 다시 공격적인 출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호텔 부지와 건물을 직접 취득하기보다 객실·인력 관리를 맡는 ‘위탁 운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2014년 선언한 ‘글로벌 호텔 체인 도약’ 전략을 재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현재 국내외 호텔 출점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선 서울 동대문에 프리미엄 부티크 호텔 브랜드 ‘L7’을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은 서울 청량리역과 부산을 잇는 KTX,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예정돼 교통 측면에선 유리하지만 호텔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호남 지역에선 기존 호텔 두 곳의 위탁 운영을 맡아 롯데 브랜드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선 베트남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작년 문을 연 ‘L7 바이 롯데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호찌민, 다낭 등 다른 도시를 신규 출점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롯데호텔의 확장 전략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시카고의 ‘킴튼 호텔 모나코’를 ‘L7 시카고 바이 롯데’로 바꿔 재개관했다. 오는 6월엔 부산 해운대 우동에 ‘L7 해운대’를 연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10년 만에 공격적인 출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호텔롯데는 ‘아시아 최고 호텔’이 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2019년 국내외 호텔 40개, 2030년 200개’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2016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2020년 코로나19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어쩔 수 없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부터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호텔 실적이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호텔 부문 매출은 1조2917억원, 영업이익은 712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실적(매출 9818억원·영업손실 432억원)도 뛰어넘었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면세 부문이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타격받자 호텔 부문의 중요성이 커졌다. 2019년 12.2%에 그치던 호텔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해 27.1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면세사업부 비중은 82.5%에서 64.8%로 낮아졌다.

작년 7월 취임한 김태홍 호텔롯데 대표도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김 대표는 이달 초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회사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확장”이라며 “특히 자산을 직접 취득하거나 임차하지 않고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가벼운 사업 모델로의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되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는 ‘에셋 라이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