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집주인이 전세금 들고 날라"…계약전 신분 확인부터 하세요
최근 한 외국인 임대인(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외국인 집주인의 전세 사기 우려 주의보가 나오고 있다. 임대인과 연락이 끊긴 상태인데다 해외로 나가 수사 진행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 사실상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는 외국인 비중이 늘고 있다. 내국인 투자 비중도 줄었지만,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 가치가 올라간 영향 때문이다. 또 외국인은 대출, 다주택자 규제 등에서 내국인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외국인 투자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계약할 때 집주인이 외국인이라면 내국인과 계약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분과 대리인 확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외국인 집주인이 전세금 들고 날라"…계약전 신분 확인부터 하세요

국내 부동산 매수자 100명 중 1명이 외국인

국내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은 전체 172만2248명이었다. 이 중 외국인은 1만5614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0.91%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2021년 0.62%를 차지한 이후 2022년 0.75%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외국인 매수 건수가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부동산(건물, 토지, 집합건물)을 매매한 외국인 수는 1603명(19일 기준)이다. 지난 2월 1224명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거래가 늘었다. 지난해 4월(1323명)보다는 8.5%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달 외국인 매수인이 늘었다.

부동산을 소유한 뒤 전·월세를 놓는 외국인도 덩달아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확정일자 임대인 현황’을 보면 지난달 외국인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한 건수는 1585건으로 지난 3월(1318건)보다 20.2% 늘었다.

집주인이 외국인이라면 신분 확인을 꼼꼼히

전문가들은 외국인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할 경우 신분 확인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차 계약 절차는 내국인과 같지만 신분 확인 방법이 다양해서다. 우선 일반적으로 외국인 등록증과 여권으로 집주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등록번호가 발급되기 전 계약을 해야 한다면 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외국인 등록번호 발급 때 계약서를 다시 작성한다’는 식으로 적어놓을 수 있다. 외국인 신분이 명확히 확인될 때 계약이 성사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의 비자 종류도 따져봐야 한다. 외국인은 임대 사업이 가능한 비자를 소지하고 있어야만 월세 등을 놓을 수 있어서다. 외국인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F2, F4, F6, F5 비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F4, F6, F5의 경우 각각 재외동포, 결혼이민, 영주권 등에 해당하는 경우다.
"외국인 집주인이 전세금 들고 날라"…계약전 신분 확인부터 하세요
집주인이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엔 대리인의 위임장과 외국 거주 사실 증명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위임장은 거주 국가의 영사관을 통해 발급받는다. 대리인의 위임장에는 임대차계약 물건 정보, 전권을 위임한다는 내용, 보증금을 받을 계좌 번호 등이 포함돼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도 똑같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이 외국에 거주한다면 국내에 있는 대리인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해야 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진행하게 되는 전세보증금 반환소송도 내국인과 외국인이 동일하게 진행된다. 외국인의 거주지가 불분명해 소장을 발송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공시송달’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 기간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늘며 임차인이 외국인인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임차인이 외국일 때와 마찬가지로 계약 과정은 내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임차인의 국내 체류 시기에 따라 임대차 계약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통상 90일을 기준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기 때문에 90일 미만이라면 단기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다. 만약 임대차 계약 기간이 3개월 이상이라면 외국인 등록증을 꼭 확인해야 한다. 외국인 임차인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다. 다만 외국인 등록과 체류지 변경 신고를 해야만 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