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35%는 보행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보행 중 사망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9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정부는 20일 신호등 및 보행자 전용도로 설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내놨다.

교통사고 사망자 역대 최소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역대 최소인 2551명을 기록했다. 2022년(2735명) 대비 6.7% 감소했으며,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91년(1만3429명)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우회전 차량 일시정지(2022년), 음주운전 특별단속(2023년) 등 정부 대책이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여전히 OECD 중하위권(2021년 기준, 38개국 중 28위)에 그치고 있다. 보행 중 사망자 비율(34.7%)은 OECD 평균(18%)의 1.9배나 된다. 특히 교통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의 85.7%가 보행 중에 사고를 당했으며, 고령 사망자의 44.4%도 걷고 있는 중에 변고를 당했다.

경찰청과 국토부는 이에 우회전 사고다발구간의 우회전 신호등을 올해 400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재는 229대가 설치돼 있다. 대형차량(버스 등 50대)을 대상으로 우회전 사각지대 감지장치를 부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사망자가 2022년 58명에서 작년 63명으로 8.6%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인프라도 적극 확충한다. 보행량이 많은 구간에 보행자우선도로를 추가 지정해 보행친화적 노면포장 등 안전시설을 설치한다. 또한 보행자 사고가 많은 자전거 겸용도로를 보행자 도로와 분리하고, 안전표지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보도·방호울타리 설치를 지원하고, 마을주민 보호구간을 확대해 고령자 사고도 예방하기로 했다.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 검토

교통사고 사망자 35% '보행 중 참변'…정부, 안전대책 강화한다
화물차와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도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화물차의 경우 관행적인 과적과 과속, 과로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다. 무엇보다 사고 발생 시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2.34명)이 일반 승용차(0.91명)의 2.6배 수준으로 높다. 이륜차도 위험하다. 차량 1만대당 사망자 수를 따졌을 때 이륜차(1.77명)가 전체 자동차(0.86명)의 2.1배에 달한다.

정부는 바퀴 이탈 등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후한 사업용 대형 화물차(5톤 이상)는 정기적으로 가변축 분해점검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이륜차 불법운행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후면 번호판 무인단속장비를 현재 324대에서 올해까지 529대로 확대한다. 번호판 크기도 키워 인식률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급격한 고령화도 교통안전의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22년 735명에서 작년 745명으로 늘었다. 작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 비율이 29.2%에 달한다. 정부는 고령자의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면허 자진반납 등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1800명까지 감축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올해 대책은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고 화물차·이륜차에 대한 선제적 예방관리에 중점을 뒀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의해 분야별 교통안전 대책을 적극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