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수사반장' 이제훈이 로맨스에 대한 갈망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배우 이제훈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이하 '수사반장') 종영 인터뷰에서 "제 겉모습이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하루라도 젊을 때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 등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남기고 싶다. 저를 좀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수사반장'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첫 방송부터 큰 화제성을 입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수사반장'은 1971년부터 1984년까지 방영된 형사물의 시초 '수사반장'의 프리퀄로 전설의 형사 박영한의 젊은 시절을 따뜻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내 큰 호평을 얻었다.

이제훈은 주인공 박영한 형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이제훈이 연기한 박영한은 경기도 소도둑 검거율 1위에 빛나는 '촌놈 형사'이자 사필귀정과 인과응보를 절대 신봉하는 강철 꼰대다.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쇠뿔 같은 단단함, 날카로운 눈썰미, 두세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 대책 있는 깡을 겸비하며 미궁에 빠질뻔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전작 '모범택시'에 이어 정의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이제훈은 로맨스 연기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면서 "빨리하고 싶다"며 "시리즈물이 연이어 있어서 작품을 제안을 안 주신 거 같다. 번복할 수 있으니 제발 제안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다음은 이제훈과 일문일답
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 종영 소감부터 부탁한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해서 촬영 기간만 8개월 정도 됐다. 중간에 한 달이 비는데, 제가 갑작스럽게 아프게 돼 촬영을 못 하게 된 기간이 있었다. 작품 중 촬영 기간이 가장 길었는데, 방송으로 하니 10부라는 게 이렇게 짧았나 싶어질 정도로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이 많은데, 드라마로 정리가 되다 보니 짧게 느껴지더라. 16부였다면 등장인물 사연이 더 많이 녹여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는데, 처음 기획했던 10부라는 내용에서 완성도 있게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런 부분에서 있어서는 잘 마무리가 된 거 같다.

▲ 10부다보니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도 기대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제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최불암 선생님이 나오고, 6회에 나오고, 10회 마무리까지 귀결시켜주셨다. 이게 하나의 프리퀄이자 완성된 드라마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수사반장에 대한 기억도 해주는 동시에 최불암 선생님의 '수사반장'도 궁금증을 가지실 거 같고, 그렇다면 웨이브를 통해 보실 수 있다. 웨이브 지분은 제가 가진 건 아니다.

▲ 최불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저에게 최불암 선생님은 '그대 그리고 나' 라는 작품으로 인식됐는데, 주변 어른들은 '박반장님'이라고 기억하더라. '살인의 추억'에 나온 짧은 장면에서 '수사반장' 오프닝 곡이 나올 때 사람들이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며 궁금해하기도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수사반장'이 엄청난 작품이라는 걸 그 후에 알게 됐다. 그 프리퀄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기대감이 큰 거 같았고, 저 역시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란 호기심이 있었다. 그러다 막상 제가 (최불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겁도 나고, 막막함도 있었다. 존재감이 워낙 큰 분이고, 젊은 시절의 경험이 쌓여 완성된 부분이 있지 않나. 결괏값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라 제가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접근할 땐 '따라하기'였다. 이전의 '수사반장'을 보며 카피캣처럼 따라하며, 최불암 선생님의 모습에 영혼을 빼서 들어가야겠다 하고 준비했는데, 그러다 보니 '매몰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캐릭터를 준비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헛도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수사반장' 모습뿐 아니라 최근에 출연한 광고까지 다 찾아봤다. '수사반장'에서는 냉철하면서도 휴머니스트의 모습이 있는데, 그 후에 '최불암 시리즈'가 있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부분도 있지 않나. 그걸 표현한다면 더 다채롭고 풍부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셨는지 피드백은 아직 다 받지 못했지만, 하면서 선생님의 마음과 정신을 닮아가려 이야기도 많이 듣고 용기 내서 연기한 거 같다.

▲ 최불암의 반응은 어땠나.

첫 촬영 때 최불암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제가 손자 역할로 대하는데, 그 마음이 뭉클했다. 제가 실제로 할아버지를 경험한 적이 없어서 어색함이 있었는데, 선생님을 뵙자마자 '나에게 할아버지가 있었다면 이런 존재였겠구나' 싶더라. 살아있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헤어지는 장면을 찍으면서 안아드리고 '사랑한다'는 표현했다. 대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컷이 끝나고, 당황할 수 있는데 '마음이 좋다'고 해주시더라. 짧지만 잘 표현해준 거 같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뿌듯했다. 촬영 내내 저를 손자처럼 보듬어주셔서 저 역시 '이게 촬영인가, 실제인가' 싶고, 상처받은 부분에 대해 위로받는 기분을 받았다. 누가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그걸 귀엽게 봐주신 거 같아서 감사하다.

▲ 작품을 할 때마다 시리즈물 얘기가 나온다.

저는 작품 속에서 캐릭터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전후의 상황을 항상 고민한다.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저로서는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바라시는 게 감사하고, 영광이다.

▲ 시대를 넘어 해결사 역할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회를 구성하는 환경에 대한 생각을 제가 작품을 보며 본능적으로 하는 거 같다. 사필귀정, 인과응보에 대한 정의를 시청자들에게 눈으로 보여드리고, 대리만족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제가 출연했던 작품 외에도 태도와 마음이 맞닿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더불어 저도 다양한 모습으로서, 다양하게 연기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걸까.

맞다. '모범택시'는 배트맨 같은 느낌, '수사반장'은 슈퍼맨 느낌으로 했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도 그런 세상을 꿈꾸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었다.

▲ 이런 역할을 반복해서 하다보니 실제 행동에서도 '정의로워야겠다'는 부담감도 생길 거 같다.

신중해지는 부분이 생기긴 하더라. 무단횡단을 하거나, 가래가 끓어서 침을 뱉어야 하는 순간까지도, 예전에는 서슴없었다면 이런 본능적인 행동도 '누가 보지 않을까' 하게 되더라. 그런데 그게 어렵거나 불편하진 않다. 그게 당연한 거다. 당연한 걸 왜 고민하나,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거 같다.
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배우 이제훈/사진=컴퍼니온
▲ '수사반장'은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관심이 많았었구나 싶었다. 이 작품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많지 않나. 방송때마다 저도 자세하게 시청자로서 지켜봤다. 그런데 함께 보던 가족들도 '정말 이랬다'면서 옛날얘기를 해주더라. 힘들고 가슴 아픈 사건이 많은 시절이지 않나. 현재와 비교하게 되면서 중장년층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 '수사반장'에서 보여준 게 매우 많았다. 수사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액션도 있었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1부까지 4부까지 대본을 보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촬영하면서 작가님들이 대본을 쓰시면서 완고를 1회씩 해나가셨다. 드라마가 마무리되는 날짜가 있는데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바지에 늦게 받게 됐다. 촬영 날짜는 정해져 있고, 대본이 늦어져서 빨리 찍어야 하고, 이를 강행 해야 하는 스케줄에 힘듦이 개인적으로 있었다. 그 외에 촬영 현장이나 환경에 어려움은 없었다. 열심히 똘똘 뭉쳐서 잘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 이제훈의 로맨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보다 바라고 있고, 기다리고 있다. 지금의 외모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젊을 때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 등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남기고 싶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빨리하고 싶다. 제가 시리즈물이 연이어 있어서 작품 제안을 안 주시는 거 같다. 번복할 수 있으니 제발 제안을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 소속사 1호 배우, 이동휘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제가 주인공 롤로 많이 나오는데, 부담도 크고, 쉬고 싶을 때도 있다. 의지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 이동휘 배우가 있어서 좋았다. 이것저것 해도 다 받아주고, 제가 빛날 수 있도록 치켜세워줬다. 함께할 때 사랑하지 않을 수 없구나 싶었다. 그래서 다음에 또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이 뭐가 있을까 상상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젊은 배우들도 많이 나왔는데, 다들 연기도 잘하는 친구들이라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에서 불렀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습관적으로 '회사있니?', '아, 있구나, 몇년?'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회사에서 싫어할 거 같아서 요즘 조심해야겠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른 작품 볼 때도 '잘한다' 하면 검색해보고 그런다.

▲ 대표로서 소속 배우 이동휘가 '범죄도시4'로 1000만 배우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봤나.

너무 신난다. 배우로서도 매력이 많은데, 예능 제안도 많아서 제가 고민이 많다.(웃음) 제가 잘되는 것도 좋지만, 소속 배우가 잘되는 것도 좋더라. 우리 배우가 잘하고 있나, 힘든 건 없나 이런 걸 보면서 뿌듯하다. 요즘 참 좋다.

▲ 본인이 출연한 작품 외에 다른 작품들도 많이 보나.

저는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본다. 그래서 맨날 집에 있다. 이동할 때도 보고. 유튜브 채널도 제가 보면서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독립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이 사라진 걸 보면서 운영하게 됐다. 바라는 게 있다면 독립영화 극장을 와주셨으면 좋겠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유튜브를 언제까지 할지 미지수지만, 극장을 찾는 횟수가 100편은 나왔으면 한다. 돈이 되는 콘텐츠는 아니다. 제작비는 들어가는데, 그 정도 나오진 않는다.(웃음) 그래도 100편 정도는 계속할 거 같다.

▲ 매니지먼트사 운영도 후회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제가 쉬어야 유지가 되는 환경이다. 제가 쉬어도 운영되는 것이 저의 1차 목표다.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운영을 못하는 거다. 지금 그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일단은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게 잘 돼 부수적인 것들을 안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 같다.

▲ 연출도 도전하지 않았나.

연출에 대한 생각과 꿈은 매번 하고 있다. 어떻게 연출을 할지에 대한 방법적인 부분은 여러 번 생각하게 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게 있더라. 연출은 내가 어떤 이야기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을 거 같더라. 그게 어느 정도 완결이 됐을 때 시도해야 할 거 같다. 현재로서는 배우로서 해야 하는 집중이 더 크다. 그래서 그 부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같다. 동시에 기획, 제작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콘텐츠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거 같다.

▲ 연예계 대표 앤젤 투자자다. 배우, 소속사 대표님 외에 다른 관심 분야가 있나.

제가 그렇게 알려져서 그런 부분을 물어보는 부분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스로 하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하는데, 그걸 남에게 얘기하는 건 잘못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제가 하는 말이 괜히 얘기될 수 있을 거 같아서 한편으론 하게 된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그런 얘기 자체를 안 한다. 그 이후에 투자나 이런 부분도 꺼리고, 매니지먼트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제가 또 촬영을 시작한다. 기업 M&A를 하는 역할인데 그거에 대한 관심이 작품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 같다. 내년 초 방영으로 알고 있는데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시그널' 시즌2에 대한 관심이 높다. 들은 얘기가 있을까.

김은희 작가님이 2부까지 집필했다고 하시는데, 그 후에 얘긴 못 들었다. 선배님들이 하신다고 하면, 하지 않을까 싶다. 저 없이 쓰진 않으시지 않으셨겠죠? (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