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 "포스코, 소수노조 차별 안해"…노사 관행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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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민노총-한노총 타임오프 머릿수 싸움에
"공정대표 의무 위반" 소송 휘말렸다 1심 패소
2심 "회사는 소극적 의무만 있어" 첫 판결
대법도 심리불속행 기각... 교섭 관행 변화 '주목'
"공정대표 의무 위반" 소송 휘말렸다 1심 패소
2심 "회사는 소극적 의무만 있어" 첫 판결
대법도 심리불속행 기각... 교섭 관행 변화 '주목'
포스코가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소수노조를 차별하지 않았다는 2심 판단이 대법에서 확정됐다. 회사가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노사 교섭 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본지 12월 7일자 A25면 참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공정대표 의무 위반 시정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단을 17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원심판결에 법 위반 사유가 없다고 보고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번 재판은 포스코의 '공정대표 의무'가 핵심 쟁점이 됐다.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공정대표의무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말한다. 노조와 사용자가 모두 부담하는 의무지만, 회사가 노조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대법은 "회사는 소극적인 의무만을 가진다"는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 타임오프 분배에 양대 노총 갈등
포스코에는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가 있다. 2018년 포스코지회가 설립되자 한국노총 측은 "타임오프 한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고, 포스코는 이듬해 2월 과반수 노조인 한국노총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타임오프 한도는 노조 간 상호 협의에 따르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의서 체결일 당시의 조합원 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때 조합원 수는 체크오프(조합비 임금 공제) 내역 등을 근거로 산정하게 됐다. 그해 5월 두 노총은 이 같은 합의서에도 합의를 맺었다.
문제는 이듬해 포스코가 타임오프 한도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한국노총과 맺은 단체협상을 근거로 타임오프 총한도인 2만4200시간을 노조원 수에 비례해 배분했는데,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포스코지회에는 830 시간만이 인정된 것이다. 회사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231명)를 근거로 삼았다.
포스코지회는 "포스코가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해 지회를 차별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포스코지회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가 아닌 2018년 12월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 당시 노조원 수인 3137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노조 간 합의한 사항을 따랐을 뿐"이라 반박했다. 회사는 타임오프 총량에만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뿐인데다, 체크오프 조합원 수에 대한 증빙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맞섰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11월 지회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다음 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민노총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도 2022년 민노총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는 관련 증빙 자료를 통지하지 않았다면 확정 공고일을 기준으로 삼았어야 한다"고 봤다.
○ 회사 손 들어준 2심, 대법도 확정... 관행 변화 생길까
지난해 12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민노총이 노사 협의 사항을 모두 인지했고, 양 노조의 합의사항에 회사가 개입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포스코가 부담하는 공정대표 의무는 노조의 조직경쟁에 개입하지 않는 소극적인 의무"라며 "노조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처리 방향을 정하면 충분한 것이지 노조의 이의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안 처리를 멈추거나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공정대표 의무가 소극적이라고 본 첫 판결로 알려졌다. 대법 역시 2심 판단을 확정 지었다.
대법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회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노조의 관행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 협의 현장에서는 "노조원 수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며 노 측이 회사에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공정대표 의무의 성격이 형평을 실현할 적극적인 의무인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소극적 의무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소극적 의무라는 법리가 확정된 것"이라며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역할에 관한 중요한 참고 선례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본지 12월 7일자 A25면 참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공정대표 의무 위반 시정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항소심 판단을 17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원심판결에 법 위반 사유가 없다고 보고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번 재판은 포스코의 '공정대표 의무'가 핵심 쟁점이 됐다.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공정대표의무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무를 말한다. 노조와 사용자가 모두 부담하는 의무지만, 회사가 노조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대법은 "회사는 소극적인 의무만을 가진다"는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 타임오프 분배에 양대 노총 갈등
포스코에는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가 있다. 2018년 포스코지회가 설립되자 한국노총 측은 "타임오프 한도를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고, 포스코는 이듬해 2월 과반수 노조인 한국노총과 합의서를 작성했다. 타임오프 한도는 노조 간 상호 협의에 따르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의서 체결일 당시의 조합원 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이때 조합원 수는 체크오프(조합비 임금 공제) 내역 등을 근거로 산정하게 됐다. 그해 5월 두 노총은 이 같은 합의서에도 합의를 맺었다.
문제는 이듬해 포스코가 타임오프 한도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한국노총과 맺은 단체협상을 근거로 타임오프 총한도인 2만4200시간을 노조원 수에 비례해 배분했는데, 소수노조인 민주노총 포스코지회에는 830 시간만이 인정된 것이다. 회사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231명)를 근거로 삼았다.
포스코지회는 "포스코가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해 지회를 차별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포스코지회는 체크오프 조합원 수가 아닌 2018년 12월 노동조합 확정 공고일 당시 노조원 수인 3137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노조 간 합의한 사항을 따랐을 뿐"이라 반박했다. 회사는 타임오프 총량에만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 뿐인데다, 체크오프 조합원 수에 대한 증빙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맞섰다.
지방노동위원회는 2020년 11월 지회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다음 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민노총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은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도 2022년 민노총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는 관련 증빙 자료를 통지하지 않았다면 확정 공고일을 기준으로 삼았어야 한다"고 봤다.
○ 회사 손 들어준 2심, 대법도 확정... 관행 변화 생길까
지난해 12월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회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민노총이 노사 협의 사항을 모두 인지했고, 양 노조의 합의사항에 회사가 개입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포스코가 부담하는 공정대표 의무는 노조의 조직경쟁에 개입하지 않는 소극적인 의무"라며 "노조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해 처리 방향을 정하면 충분한 것이지 노조의 이의제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안 처리를 멈추거나 제3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공정대표 의무가 소극적이라고 본 첫 판결로 알려졌다. 대법 역시 2심 판단을 확정 지었다.
대법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회사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노조의 관행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 협의 현장에서는 "노조원 수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며 노 측이 회사에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공정대표 의무의 성격이 형평을 실현할 적극적인 의무인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소극적 의무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소극적 의무라는 법리가 확정된 것"이라며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역할에 관한 중요한 참고 선례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