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배성우 /사진=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배성우 /사진=넷플릭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작품을 통해 복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영화 '더 킹'의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 '파이 게임'을 각색한 이 작품은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등 요즘 가장 핫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가운데 '1층' 역에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배성우가 이름을 올렸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당시 출연 중이던 SBS '날아라 개천용'에서 하차하는 민폐를 끼친 바 있다. '더 에이트 쇼'는 배성우의 복귀작은 아니다. 그는 앞서 영화 '1947 보스톤'과 '노량: 죽음의 바다'를 먼저 선보였다. 해당 작품들은 사건 발생 전 촬영했거나 분량도 길지 않아 대중들의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더 에이트 쇼'의 경우는 다르다. 음주운전 사건 후 촬영된 점, 8명의 주인공 중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점 때문에 우려 섞인 반응이 있었다.

대중의 시선 때문인지 배성우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먼저 사과를 하고 시작했다. 그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끼친 실망, 그리고 다른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며 "개인적인 문제로 함께 작업한 분들께 폐를 끼치는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웠다"고 사과했다. 이어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함께한 작품"이라며 "함께 한 모든 분에게 제가 누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덜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OTT를 통해 복귀한, 예정인 배우는 여럿이다. 넷플릭스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유아인이 출연한 '종말의 바보' 공개를 강행했다. 이 작품은 유아인 논란으로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다가 연기돼 올해 4월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은 유아인 분량 편집과 관련해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이기에 불편을 드릴 수 있는 건 편집했다"고 말했으나 작품 공개 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정우는 2020년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나 2022년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특히 해당 작품은 하정우가 재판받던 2021년 촬영됐다.

2022년 음주한 채 운전하다 가로수, 변압기를 들이받고 도주해 재판받은 김새론도 자숙 중이던 당시 넷플릭스 '사냥개들'이 공개되기도 했다. '사냥개들' 김주환 감독은 김새론 하차에 밤새 대본을 고쳐가며 재촬영을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지상파 아니면 되잖아?'…음주운전도 마약도 'OTT 복귀'
넷플릭스 최대 인기작인 '오징어게임2'는 마약 투약 혐의로 활동 중단을 한 빅뱅 출신 탑을 기용했다. 2017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은 탑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근황을 접할 수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오징어게임2' 캐스팅에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제작진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배우들이 OTT,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어물쩍' 복귀하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는 '넷플릭스가 대중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복귀 시험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각 사안의 기준에 따라 출연을 규제하는 지상파와 달리 OTT는 관련 규정이 전무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비자들의 자의에 의해 비용을 지불하고 작품을 시청하기에 지상파만큼의 공공성을 띠기도 어렵다.

또 국내 시청자들만 보는 것이 아닌,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창구인 만큼 국내 정서와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시청자들의 반감과 달리 속사정을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 업계 한 관계자는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의 자숙 기간이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이를 명시하는 규정도 없기에 이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인력과 수백억의 자본이 투입된 작품을 그래도 창고에 박아둘 순 없지 않으냐"며 "전략을 세워 공개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OTT 영향력이 지상파 이상으로 커진 지금, 사회적 의견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