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네이버에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3대 메인 비즈니스인 검색, 쇼핑, 영상(스포츠) 부문의 점유율과 거래액 등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버퍼링' 걸린 네이버…3대 주력사업 위기 신호

비상 걸린 네이버쇼핑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커머스(쇼핑) 사업 부문은 최근 비상 경영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수시로 열었다. 네이버 전체 매출의 27.5%를 책임지는 쇼핑 사업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올 1분기 기준 네이버쇼핑 거래 금액은 12조2000억원이다. 직전 분기(12조4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었다. 분기 기준 네이버쇼핑 거래 금액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가 쇼핑 광고와 중개 및 판매 수수료, 유료 멤버십 등으로 1분기 역대 최대 수준인 70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웃지 못하는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 금액 감소는 안 좋은 신호”라며 “멤버십과 광고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가 네이버쇼핑의 지분을 갉아먹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네이버쇼핑 점유율(거래 금액 기준)은 23.3%(35조원)에 달했다. 1위 쿠팡(점유율 24.5%·거래 금액 36조8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검색·스포츠마저 흔들

네이버의 본업인 검색도 예전만 못하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1~19일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의 점유율은 56.59%다. 2022년 말(63.82%), 지난해 말(60.01%)보다 점유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2위 구글의 점유율은 2022년 말 26.37%, 2023년 말 29.10%, 올해 5월 1~19일 기준 35.70%로 뛰었다. 네이버와 구글의 격차는 20.89%포인트다. 2022년 말 37%포인트 넘게 벌어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 네이버에 악재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로 정보를 찾던 이용자들이 챗GPT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AI의 ‘GPT-40’, 구글 ‘제미나이 1.5 프로’ 등 한층 진화한 서비스가 본격 보급되면 ‘탈검색엔진’ 움직임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포츠 중계=네이버’ 공식도 무너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티빙이 지난 3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맺었다. 티빙은 네이버에 중계권 재판매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적어도 2026년까지는 KBO 리그 경기를 온라인에서 보려면 티빙을 통해야 한다. 스포츠 경기 때마다 네이버에 몰리던 이용자가 사라지면서 검색과 광고 트래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는 미국 빅테크에 밀리는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트윈 사업은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다.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라인야후 사태로 동남아시아로의 사업 확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편 네이버 노동조합은 이날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만나 지분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네이버 지분 7.96%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를 행사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