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러 갔다 '200만원 결제 폭탄', 외국인 돌아온 명동…'강매' 다시 기승
태국인 관광객 B씨(36)는 지난 주말 서울 명동의 한 매장에서 화장품 200만원어치를 강매당했다. 당초 구매하려던 6만원짜리 앰풀을 점원이 여러 개 묶음으로 결제한 것. 환불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미 면세 처리돼 안 된다”며 거부했다. B씨가 ‘물어물어’ 겨우 찾은 명동의 관광경찰센터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명동 상권에 최근 외국인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관광객을 노린 상인들의 ‘꼼수 강매’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국인의 바가지·강매 문제를 해결해주던 서울 관광경찰대가 올초 폐지되면서 하소연할 곳도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의 쇼핑 관련 신고 건수는 총 192건으로 2022년 22건 대비 여덟 배 이상 늘었다. 신고 내용은 △환불 및 교환 △가격 시비 △부가세 환급 불편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명동에선 ‘강매를 당했다’는 불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B씨가 당한 ‘끼워 팔기’를 한 뒤 세금 환급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게를 나갈 때까지 집요하게 ‘하나라도 사라’고 따라붙거나 ‘집까지 안전하게 EMS(국제특급우편)로 배송해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 20일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만난 일본인 에밀리 오카모토 씨(27)는 “18일 이 가게에서 27만4000원어치 화장품을 강매당해 따지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친구 박모씨(27)를 대동했다. 가게 측은 처음엔 “교환밖에 안 된다”고 발뺌하더니 강한 항의에 결국 환불해줬다.

외국인 관광객 관련 민원 사항을 책임지던 서울 관광경찰대가 올초 폐지되면서 외국인들의 불편을 신속하게 처리할 곳도 마땅치 않다. 2013년 서울경찰청 외사계 산하로 출범한 관광경찰대는 명동의 ‘외국인 민원’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경찰과 같이 상점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뒤 결제 과정에서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식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관광경찰대는 치안 현장 인력을 보강한다는 이유로 지난 2월 폐지됐다. 기동순찰대가 명동을 순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반 경찰은 폭행 등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출동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나서 명동의 외국인 강매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구와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명동에 왔던 박씨는 “한국을 너무 사랑하던 친구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실망했을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