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사진=AFP
최첨단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ASML)과 세계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TSM)는 중국이 대만에 침공할 경우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데 따르면,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최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를 네덜란드와 대만 양국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ASML은 반도체 제조장비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네덜란드와 미국측에 전달했으며 군사 분쟁시 비활성화 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해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 차단은 극자외선(EUV)노광장비 라인에 적용되며 TSMC는 이 장비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EUV는 고주파 광파를 활용하여 현존하는 가장 작은 마이크로칩 트랜지스터를 인쇄하여 인공 지능(AI) 용도 및 보다 민감한 군사용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칩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시내버스 정도의 크기인 EUV는 정기적인 유지보수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ASML은 원격으로 차단할 수 있는 킬 스위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대당 2억 유로(2,960억원) 이상에 판매되며 현재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에는 판매가 금지돼있다. ASML은 2016년 처음 개발한 이 장비중 200대 이상을 중국 이외 고객에게 판매했으며 TSMC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ASML은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에도 중국이 최대 시장이다. 또 이미 수출 제한조치가 늦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제한조치에도 지난해 10월 중국의 화웨이가 미국의 공급업체 두 곳의 도구와 함께 ASML의 구형 노광장비로 만든 첨단 칩을 사용한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ASML은 올해 중국에 대한 매출의 15%가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칩의 약 90%가 대만에서 제조되고 있다. 대만은 전날 중국이 기피하는 라이칭더를 새로운 총통으로 선출하고 중국이 라이칭더에 대해 “대만의 독립 추구는 전쟁위기”라며 위협해 새로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대만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왔으며 시진핑 주석은 통일을 옹호하고 군사 개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최고 사령관은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달 대만의 방어력 강화를 위해 80억달러의 지원을 승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향후 공급망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칩 제조업체에 390억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하며 미국 땅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TSMC의 회장인 마크 류는 작년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침략하면 TSMC 공장의 칩 제조설비가 고장난 것을 발견할 것이라며 누구도 강제로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이 내용에 대해 ASML, TSMC 및 네덜란드 무역부 대변인과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미 국방부, 미 상무부 대변인은 의견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