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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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투자회사가 늘고 있다. AI 열풍으로 품귀난을 빚고 있는 AI 칩에 담보가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저지 소재 스타트업 코어위브는 지난주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등으로부터 75억달러 규모의 사모대출을 일으키면서 AI 칩을 담보로 제공했다. 기존에 이미 확보해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자금을 받아 AI 칩 추가 구매, 데이터센터 확장 등에 쓸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AI 경쟁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AI 칩은 공급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미 투자업계가 AI 칩의 담보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만들었다. 2022년 말 AI 열풍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코어위브를 포함해 4건의 AI 칩 담보 대출 계약이 체결됐다. 대출 규모는 총 100억달러 가량이다.

WSJ는 "현재도 더 많은 AI 칩 담보 대출 거래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세와 이 같은 열풍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신용 투자자들의 전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대출은 이자율이 연 10~15%로 전통적인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 금리에 비해 비교적 높게 책정되고 있다. AI 기업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인 데다 'AI 칩을 담보로 잡는다'는 구조가 아직까진 생소하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AI 칩을 담보로 한 고비용 대출은 단기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만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어웨이브의 마이클 인트레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가고 있는 속도로 회사를 설립하고 확장하려고 할 때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자본에 대한 접근성"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더 저렴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전환하겠지만 지금은 급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서 필요한 자금을 (비싸게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3000만달러를 밑돌았던 코어위브의 매출은 지난해 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EBITDA(세금, 이자, 감가상각 전 이익)가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