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 받으면 상갓집 된다"…'좀비 상가' 속출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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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주요 상권만 회복…회복 요원한데 도시계획에서는 아직도 '상가 지역' 강제
주요 상권만 회복…회복 요원한데 도시계획에서는 아직도 '상가 지역' 강제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소규모 상가와 중대형 상가 모두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1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5.7%로 감소했고,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8.4%로 줄었다고 하지만,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좀비 상가가 많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집합상가는 공실률이 9.0%로 증가했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공실률이 줄어든 곳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2022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42.1%였던 명동은 다시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니 올해 1분기 1.8%로 확 줄었습니다.
하지만 신촌·이대 상가는 공실률이 18.3%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하면 2배가량 오른 수치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대학생들이 저녁 모임을 하지 않으면서 상권을 찾는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학번인 대학 선배들은 모인 적이 없으니 후배들에게 저녁 자리를 갖자는 말도 하지 못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올만한 동력도 없습니다. 랜드마크로 삼을만한 외식업체가 없는 탓입니다. 결국 비싼 임대료만 유지하다가 홍대나 연남동 상권에 밀려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일부 건물주들은 아예 상권을 포기하고 오피스텔을 짓고 있습니다. 강남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가로수길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초토화됐고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지난해 말 17.9%까지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약간 낮아졌지만, 그래도 16%에 달합니다.
각 지역 주요 상권이 침체한 것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내국인 소비여력이 줄어든 여파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심리지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하는 98.4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심리지수가 비관적으로 바뀐 것은 5개월 만입니다.
여기에 더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초저가 온라인 직구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소비가 늘었습니다. 오프라인도 '다이소'나 '올리브영'과 같은 가성비 높은 상가가 상권을 장악해 소규모 상가는 버틸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나 내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만 상권이 형성돼 상가가 살아난 겁니다. 그렇지 못한 지역은 대부분 온라인쇼핑이나 음식배달 등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도시계획에서는 아직도 용도지구에 따라 주상복합이나 중대형 상가를 건설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상가는 분양하기도 어렵고 분양을 하더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어도 공실로 남다보니 새로 지어진 상가에서 관리비만 내고 사용하라며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시대가 끝나더라도 온라인 직구나 음식 배달 문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이상 상가 수요가 크게 회복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 분양받으면 그 집은 상가가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수요가 줄어든 상가를 의무적으로 짓게 하기보단 보다 필요한 용도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서울이나 수도권 대부분은 상가보다 주거 공간이 필요합니다. 빌라 전세 시장이 초토화되어 아파트 전세난이 극심하고 월세 가격도 급등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하지만 상가가 주거시설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미분양으로 남아있을 상가를 임대형 기숙사 등으로 전환하면 전월세 공급에 도움이 될겁니다. 이처럼 모든 건축계획 심의에서 상가는 최소화하도록 유도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가를 팔아 돈이 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상가는 미분양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도시계획도 하고 기존 상가에 대한 활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지역별로 살펴보면 공실률이 줄어든 곳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2022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42.1%였던 명동은 다시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니 올해 1분기 1.8%로 확 줄었습니다.
하지만 신촌·이대 상가는 공실률이 18.3%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하면 2배가량 오른 수치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대학생들이 저녁 모임을 하지 않으면서 상권을 찾는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학번인 대학 선배들은 모인 적이 없으니 후배들에게 저녁 자리를 갖자는 말도 하지 못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올만한 동력도 없습니다. 랜드마크로 삼을만한 외식업체가 없는 탓입니다. 결국 비싼 임대료만 유지하다가 홍대나 연남동 상권에 밀려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일부 건물주들은 아예 상권을 포기하고 오피스텔을 짓고 있습니다. 강남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가로수길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초토화됐고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지난해 말 17.9%까지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약간 낮아졌지만, 그래도 16%에 달합니다.
각 지역 주요 상권이 침체한 것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내국인 소비여력이 줄어든 여파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심리지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하는 98.4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심리지수가 비관적으로 바뀐 것은 5개월 만입니다.
여기에 더해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초저가 온라인 직구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소비가 늘었습니다. 오프라인도 '다이소'나 '올리브영'과 같은 가성비 높은 상가가 상권을 장악해 소규모 상가는 버틸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나 내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만 상권이 형성돼 상가가 살아난 겁니다. 그렇지 못한 지역은 대부분 온라인쇼핑이나 음식배달 등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도시계획에서는 아직도 용도지구에 따라 주상복합이나 중대형 상가를 건설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상가는 분양하기도 어렵고 분양을 하더라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어도 공실로 남다보니 새로 지어진 상가에서 관리비만 내고 사용하라며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시대가 끝나더라도 온라인 직구나 음식 배달 문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이상 상가 수요가 크게 회복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 분양받으면 그 집은 상가가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수요가 줄어든 상가를 의무적으로 짓게 하기보단 보다 필요한 용도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서울이나 수도권 대부분은 상가보다 주거 공간이 필요합니다. 빌라 전세 시장이 초토화되어 아파트 전세난이 극심하고 월세 가격도 급등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하지만 상가가 주거시설로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차피 미분양으로 남아있을 상가를 임대형 기숙사 등으로 전환하면 전월세 공급에 도움이 될겁니다. 이처럼 모든 건축계획 심의에서 상가는 최소화하도록 유도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가를 팔아 돈이 되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상가는 미분양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도시계획도 하고 기존 상가에 대한 활용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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