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밸류업 관련주를 팔고 실적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다. 또 단기 낙폭이 큰 종목들도 대거 담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8178억원을 팔고 나갔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 각각 1조4897억원과 1조522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된다.

이달 들어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순매도 1위)다. 이 기간 413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SK하이닉스(4위)도 42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와 금융주 같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도 외면했다. 국민연금은 이 기간 기아(-533억, 2위), 현대모비스(-391억, 4위), 현대차(-339억, 6위)를 팔았다. KB금융도 234억원어치 팔며 지분을 줄였다.

정부는 지난 2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상장기업이 개별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당초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국민연금의 밸류업 종목 투자는 더 활발해지리라는 예상이 나왔다. 밸류업 방향에 맞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개정한만큼 국민연금의 투자 종목 선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기관투자자라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인지를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다"며 "밸류업 활성화는 기관투자자와 정책자금이 얼마나 밸류업에 마중물 역할을 할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이 기간 국민연금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실적주와 낙폭과대주였다.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에이피알(472억원), LG생활건강(269억원), 아모레퍼시픽(60억원) 등 화장품 업종을 담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영업이익 전망치(가이던스)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높은 곳은 아모레퍼시픽으로 1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 상장사들의 컨센서스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눈높이가 높아진 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반도체, 화장품 등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폭과대주도 담았다. 대표적인 기업이 LG이노텍엔씨소프트다. 국민연금은 이 기간 LG이노텍과 엔씨소프트를 각각 474억원과 352억원 순매수했다. LG이노텍과 엔씨소프트는 올 들어 지난달 19일까지 주가가 각각 25%와 31% 내렸다. 최근 한 달간 연기금 등의 매수에 주가가 반등세를 탔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현재 주가가 역사적 최하단 수준까지 내려와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라며 "북미 고객사가 차별화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선보인다면 하반기 판매량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또 HD현대마린솔루션(1678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8일 상장 첫날 시가총액 7조원을 넘기면서 코스피 시총 50위권에 안착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