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허드슨야드에서 배우지 말아야 할 것
미국 뉴욕의 철도정비창이었던 허드슨야드 개발이 끝나간다. 축구장 15개 규모의 부지로 2012년 뉴욕올림픽 스타디움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곳에 20여 개의 고층 건물이 순식간에 들어섰다. 2003년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의 주 무대인 인근 헬스키친 지구까지도 상전벽해를 해냈다.

월스트리트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지만 대낮에도 찾아가기가 꺼림칙했던 이곳에 올림픽을 유치하려 한 게 20여 년 전이다. 영국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정해지면서 계획은 무산됐으나, 이후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빠른 변화가 시작됐다. 이곳은 헬스키친이라는 이름대로 주거환경과 치안은 좋지 않았지만 이민자나 일용직 등이 거주할 수 있는 맨해튼 내 몇 안 되는 동네였다.

허드슨야드는 하이라인공원과도 연결된다. 2009년 1차 완공된 하이라인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도시재생의 본보기로 소개됐고 실제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우리 지자체도 여러 곳 있다. 개장 초기, 뉴욕 현지에서는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컸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하이라인은 실패한 혹은 해서는 안 될 프로젝트라는 평도 나왔는데, 현실은 그보다 더 나쁘게 가고 있다. 1차 개통 이후 하이라인 주변은 자하 하디드, 토머스 헤더윅 등 잘나가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고급 주택들로 둘러싸였다. 불과 몇 년 만에 원주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허드슨야드는 공공의 과감한 지원과 선(先)투자가 민간개발을 이끌어낸 사업으로, 뉴욕시의 지속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은 세금을 감면받는 대신 세금보다 저렴한 수준의 개발부담금을 납부했다. 공공은 개발부담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서 지하철 노선 확장 등 인프라 건설 자금을 조달했다. 용적률을 올려주고 거래를 가능하게 해서 민간 주도 개발을 앞당긴 측면도 컸는데, 공공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면 추진이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도시 쇠퇴를 겪고 있는 우리 지자체들이 많이 참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원래부터 럭셔리지구로 계획했다 보니 이곳은 맨해튼 오피스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신호탄이 될 듯하다. 도면으로 보면 공공 공간의 면적이 꽤 되지만 일반 시민의 접근이 쉽지는 않고, 공간 주변은 대체로 명품 가게로 채워져 있다. 공공 공간의 사유화가 심하고, 깊어가는 소득 양극화를 공간에 그대로 반영하게 될 것 같다. 내년에 허드슨야드가 완공되면 지자체들이 숱하게 벤치마킹하러 갈 것이다. 칭찬 일색의 설명만 듣지 말고 외관만 베끼기도 안 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도 그럴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