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그림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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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페레스프로젝트
액스 미스유타 서울 첫 개인전
'정점의 직전 - Best Before'
액스 미스유타 서울 첫 개인전
'정점의 직전 - Best Before'
좌절과 우울이 가득한 시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둡고 우울한 예술은 기피 대상이 됐다. 장르를 막론하고 위로와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밝고 청량한, 아름다운 그림들이 갤러리를 메운다. 어둡고 파괴적인 색감을 가진 그림들은 관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공식으로 위로를 전하는 전시가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액스 미스유타의 개인전 '정점의 직전 - 베스트 비포(Best Before)'다. 미스유타는 전시 제목과 같이 정점의 직전, 그 찰나만 버티면 찬란한 시기가 올 것이라는 위로와, 유통기한을 뜻하는 'Best Before'처럼 기한이 정해진 인생에서 고민과 좌절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한다.
따스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가 담긴 의미와 달리 그림이 주는 이미지는 다소 무겁다. 검은색과 청록색 등 어두운 색감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 안에 등장하는 인간의 도상 또한 어딘가 우울하다. 손은 무엇인가에 결박되어 있고, 자세는 묶인 듯 불편하다.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무표정의 인물들은 모두 발가벗겨져 있다. 위로보다는 파괴에 더 가까운 모습들이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모든 인간의 손목엔 시침이 없는 손목시계가 둘러져 있다. 미스유타는 이 손목시계를 자신의 시그니처처럼 사용한다. 현대인을 옭아매는 다양한 옥쇄를 의미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부여되는 선천적인 지위와 환경, 재능 등이 인간을 옭아매고 있음을 표현한다.
옥쇄가 무거운 밧줄이나 쇠사슬이 아닌 작은 손목시계로 표현된 것도 미스유타의 의도다. 원할 때 언제든지 풀어낼 수 있는 시계처럼, 인간을 옭아맨 옥쇄도 스스로의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계에 시침이 없는 것도 '시간에 재촉받고 절망하지 말라'는 그의 메시지가 담겼다. 인물들을 모두 누드로 그린 이유도 작은 것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미스유타가 선택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맞닿아 있다. 1984년생인 그는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미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어릴 적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과 세상에 부딪혀 결국 언론을 전공하고 기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벗어내고 스스로 진짜 원하던 작가로서의 인생을 선택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이 그랬듯,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용기만 낸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스유타가 모든 작품에 걸쳐 전하는 이야기는 모두 비슷하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모습과 진정한 나의 모습 사이 갈등하는 현대인들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2층으로 올라서면 한 공간에 녹색톤으로 통일한 네 작품이 모여있다. 아래층에서 어두운 색의 회화를 보고 온 관객들에게 시각적 편안함을 주기 위해 이같이 구성했다. 네 가지의 그림에는 모두 확실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첫번째 그림 속에는 손바닥 안에 무언가가 가득 담겼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조건과 환경들을 의미한다. 그 바로 옆에는 많은 걸 갖고 태어났음에도 갈 길을 찾지 못해서 길을 헤매는 인간들의 모습이, 뒷편에 전시된 두 회화엔 틀에 맞춘 듯 똑같은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몇 년 전부터 미스유타는 조각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부분 현대인의 군상을 표현했다. 팔이 잘린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간 조각이 거울 위에 놓였다. 다각도로 조각을 볼 수 있게끔 해놓기 위해서다. 거울에 비친 조각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놓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전시장에서 나가는 마지막 공간은 세 면의 벽이 모두 텅 비어있다. 넓은 공간에 회화와 조각 한 작품씩만이 덩그러니 자리했다. 미스유타는 관객을 마지막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이같은 공간을 구상했다. 전시장에 작품을 걸 때부터 튀르키예에서 서울을 찾아 실시간으로 조율했을 정도로 공간 구성에 집중했다.
마지막 회화는 그가 이번 전시에 가지고 나온 가장 큰 작업이다. 그의 회화 중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제목은 '폐기물'.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물건들이 버려져 쌓인 모습을 그렸다. 미스유타는 이 작품을 전시장 마지막에 걸어두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짓누르는 폐기물과 같은 부담을 버리고 가볍게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를 전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하지만, 여기 조금 다른 공식으로 위로를 전하는 전시가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액스 미스유타의 개인전 '정점의 직전 - 베스트 비포(Best Before)'다. 미스유타는 전시 제목과 같이 정점의 직전, 그 찰나만 버티면 찬란한 시기가 올 것이라는 위로와, 유통기한을 뜻하는 'Best Before'처럼 기한이 정해진 인생에서 고민과 좌절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한다.
따스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가 담긴 의미와 달리 그림이 주는 이미지는 다소 무겁다. 검은색과 청록색 등 어두운 색감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 안에 등장하는 인간의 도상 또한 어딘가 우울하다. 손은 무엇인가에 결박되어 있고, 자세는 묶인 듯 불편하다. 옷도 걸치지 않은 채 무표정의 인물들은 모두 발가벗겨져 있다. 위로보다는 파괴에 더 가까운 모습들이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모든 인간의 손목엔 시침이 없는 손목시계가 둘러져 있다. 미스유타는 이 손목시계를 자신의 시그니처처럼 사용한다. 현대인을 옭아매는 다양한 옥쇄를 의미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어날 때부터 부여되는 선천적인 지위와 환경, 재능 등이 인간을 옭아매고 있음을 표현한다.
옥쇄가 무거운 밧줄이나 쇠사슬이 아닌 작은 손목시계로 표현된 것도 미스유타의 의도다. 원할 때 언제든지 풀어낼 수 있는 시계처럼, 인간을 옭아맨 옥쇄도 스스로의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계에 시침이 없는 것도 '시간에 재촉받고 절망하지 말라'는 그의 메시지가 담겼다. 인물들을 모두 누드로 그린 이유도 작은 것에 휘둘리는 나약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미스유타가 선택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과 맞닿아 있다. 1984년생인 그는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미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어릴 적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과 세상에 부딪혀 결국 언론을 전공하고 기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벗어내고 스스로 진짜 원하던 작가로서의 인생을 선택했다.
그림을 통해 자신이 그랬듯,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용기만 낸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스유타가 모든 작품에 걸쳐 전하는 이야기는 모두 비슷하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모습과 진정한 나의 모습 사이 갈등하는 현대인들을 격려하고 위로한다.
2층으로 올라서면 한 공간에 녹색톤으로 통일한 네 작품이 모여있다. 아래층에서 어두운 색의 회화를 보고 온 관객들에게 시각적 편안함을 주기 위해 이같이 구성했다. 네 가지의 그림에는 모두 확실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첫번째 그림 속에는 손바닥 안에 무언가가 가득 담겼다. 이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조건과 환경들을 의미한다. 그 바로 옆에는 많은 걸 갖고 태어났음에도 갈 길을 찾지 못해서 길을 헤매는 인간들의 모습이, 뒷편에 전시된 두 회화엔 틀에 맞춘 듯 똑같은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몇 년 전부터 미스유타는 조각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부분 현대인의 군상을 표현했다. 팔이 잘린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간 조각이 거울 위에 놓였다. 다각도로 조각을 볼 수 있게끔 해놓기 위해서다. 거울에 비친 조각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놓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전시장에서 나가는 마지막 공간은 세 면의 벽이 모두 텅 비어있다. 넓은 공간에 회화와 조각 한 작품씩만이 덩그러니 자리했다. 미스유타는 관객을 마지막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이같은 공간을 구상했다. 전시장에 작품을 걸 때부터 튀르키예에서 서울을 찾아 실시간으로 조율했을 정도로 공간 구성에 집중했다.
마지막 회화는 그가 이번 전시에 가지고 나온 가장 큰 작업이다. 그의 회화 중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제목은 '폐기물'. 일상에서 흔히 볼 법한 물건들이 버려져 쌓인 모습을 그렸다. 미스유타는 이 작품을 전시장 마지막에 걸어두며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짓누르는 폐기물과 같은 부담을 버리고 가볍게 밖으로 나가라는 의미를 전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