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보험株에 '찬물' 끼얹은 새 회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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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
제도 손질 검토…주가에 악재로
삼성생명·DB손보 등 이틀간 5%↓
증권가 "낙폭 과도…매수 기회"
제도 손질 검토…주가에 악재로
삼성생명·DB손보 등 이틀간 5%↓
증권가 "낙폭 과도…매수 기회"
‘밸류업 수혜주’로 지목돼 주가가 급등하던 보험주가 돌연 급락했다. 금융당국이 변경된 회계기준을 다시 또 변경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소식이 악재가 됐다. 다만 이 문제는 보험사의 이익창출 능력과 주주환원 여력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생명이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34% 떨어진 8만67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5.23%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7.90% 떨어졌고 DB손해보험(-7.03%) 현대해상(-4.39%) 한화생명(-2.86%) 등 다른 보험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KRX보험지수는 최근 ‘밸류업 재시동’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20.14% 올랐지만 최근 이틀간 5.21% 주저앉았다.
보험주가 일제히 조정받은 건 금융감독원이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단기 실적이 과장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지난 21일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고, 단기 실적이 나빠지는 쪽으로 회계제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회계기준은 IFRS17에서 보험사의 계약서비스마진(CSM)과 관련된 내용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와 맺은 보험계약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일단 부채로 인식하고, 그 일부를 매년 상각하면서 해당 금액을 순이익에 반영한다. 이 부채를 CSM이라고 한다. CSM은 소비자가 보험료를 납입하는 전 기간에 걸쳐 분할 상각된다. 이때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미래 상각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반영할 수도 있고, 할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미래 CSM 상각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상각할 CSM 규모를 할인한다는 것은 미래에 산입할 순이익을 줄인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상각을 하든 안 하든 CSM 총액은 같기 때문에 미래에 상각되는 CSM 규모를 할인하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상각되는 CSM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가까운 시기에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순이익이 늘어난다. IFRS17 기준서는 “미래에 상각하는 CSM를 할인할지는 기업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이 재량권을 틈타 당장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미래 CSM 상각액을 할인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는 올 1분기에 대부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웃도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현대해상은 컨센서스를 82.8% 웃도는 477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DB손해보험은 33.7% 많은 58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화생명(+28.2%), 삼성생명(+14.8%), 삼성화재(+13.7%) 등의 순이익도 컨센서스를 10% 이상씩 초과했다.
금융당국이 “미래 CSM 상각액을 할인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은 검토 초기 단계여서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그런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해도 보험사의 이익창출 능력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상각을 하든 안 하든 특정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사가 인식하는 CSM 규모는 동일하고, 따라서 보험사가 인식하게 될 총 순이익은 같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해 이 금액의 규모가 작아지면 상대적으로 계약 초반부에 상각할 CSM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초반부에 인식하는 순이익이 커진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후반부에 상각할 CSM 규모가 줄어 후반부에 인식할 수 있는 순이익이 감소한다. 반면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하지 않으면 CSM 총량 유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초기에 상각할 CSM 규모가 작아지지만, 후반부에는 그만큼 CSM 상각을 많이 해 순이익을 많이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전체 CSM이 1000만원이고 보함료 납입 기간이 10년인 경우, 할인하지 않으면 CSM은 매년 균등하게 100만원씩 상각된다. 상각액이 전 기간에 걸쳐 같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인식하는 순이익도 전 기간 동안 같다. 반면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하는 경우에는 5년차 정도부터 상각액이 100만원보다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1년차 상각액은 커진다. 영국계리학회가 작성한 ‘할인율 적용 여부에 따른 CSM 상각액 변화’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5년 동안 보험료 납입을 하고 이 기간에 총 40만원의 보장을 제공하는 계약의 경우, 할인율을 적용하면 1년 차 때 상각하는 CSM은 3221원이다. 이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들어 5년 차 때는 1933원이 된다.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1년 차 때의 CSM 상각액은 2750원으로, 할인율 적용 시보다 적다. 그러나 5년 차 때 상각액이 2416원으로 할인율 적용 시보다 많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감안하면 CSM 이슈에 따른 큰 폭의 조정은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삼성생명이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34% 떨어진 8만67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5.23% 하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다. 삼성화재도 같은 기간 7.90% 떨어졌고 DB손해보험(-7.03%) 현대해상(-4.39%) 한화생명(-2.86%) 등 다른 보험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KRX보험지수는 최근 ‘밸류업 재시동’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20.14% 올랐지만 최근 이틀간 5.21% 주저앉았다.
보험주가 일제히 조정받은 건 금융감독원이 “새 보험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단기 실적이 과장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판단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지난 21일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고, 단기 실적이 나빠지는 쪽으로 회계제도가 변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회계기준은 IFRS17에서 보험사의 계약서비스마진(CSM)과 관련된 내용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와 맺은 보험계약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일단 부채로 인식하고, 그 일부를 매년 상각하면서 해당 금액을 순이익에 반영한다. 이 부채를 CSM이라고 한다. CSM은 소비자가 보험료를 납입하는 전 기간에 걸쳐 분할 상각된다. 이때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미래 상각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반영할 수도 있고, 할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미래 CSM 상각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상각할 CSM 규모를 할인한다는 것은 미래에 산입할 순이익을 줄인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상각을 하든 안 하든 CSM 총액은 같기 때문에 미래에 상각되는 CSM 규모를 할인하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상각되는 CSM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가까운 시기에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순이익이 늘어난다. IFRS17 기준서는 “미래에 상각하는 CSM를 할인할지는 기업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보험사가 이 재량권을 틈타 당장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미래 CSM 상각액을 할인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는 올 1분기에 대부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크게 웃도는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현대해상은 컨센서스를 82.8% 웃도는 477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DB손해보험은 33.7% 많은 58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화생명(+28.2%), 삼성생명(+14.8%), 삼성화재(+13.7%) 등의 순이익도 컨센서스를 10% 이상씩 초과했다.
금융당국이 “미래 CSM 상각액을 할인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은 검토 초기 단계여서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그런 가이드라인이 나온다고 해도 보험사의 이익창출 능력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상각을 하든 안 하든 특정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사가 인식하는 CSM 규모는 동일하고, 따라서 보험사가 인식하게 될 총 순이익은 같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해 이 금액의 규모가 작아지면 상대적으로 계약 초반부에 상각할 CSM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초반부에 인식하는 순이익이 커진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후반부에 상각할 CSM 규모가 줄어 후반부에 인식할 수 있는 순이익이 감소한다. 반면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하지 않으면 CSM 총량 유지에 따라 상대적으로 초기에 상각할 CSM 규모가 작아지지만, 후반부에는 그만큼 CSM 상각을 많이 해 순이익을 많이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전체 CSM이 1000만원이고 보함료 납입 기간이 10년인 경우, 할인하지 않으면 CSM은 매년 균등하게 100만원씩 상각된다. 상각액이 전 기간에 걸쳐 같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인식하는 순이익도 전 기간 동안 같다. 반면 후반부에 상각할 CSM을 할인하는 경우에는 5년차 정도부터 상각액이 100만원보다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1년차 상각액은 커진다. 영국계리학회가 작성한 ‘할인율 적용 여부에 따른 CSM 상각액 변화’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5년 동안 보험료 납입을 하고 이 기간에 총 40만원의 보장을 제공하는 계약의 경우, 할인율을 적용하면 1년 차 때 상각하는 CSM은 3221원이다. 이 금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줄어들어 5년 차 때는 1933원이 된다.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1년 차 때의 CSM 상각액은 2750원으로, 할인율 적용 시보다 적다. 그러나 5년 차 때 상각액이 2416원으로 할인율 적용 시보다 많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감안하면 CSM 이슈에 따른 큰 폭의 조정은 매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