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로또’ 반포 원베일리는 왜…'줍줍' 청약이 아니었을까?
지난 21일 서울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대 부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원 취소분 전용 84㎡형 1가구가 시장에 풀려서다. 이날 청약에는 3만5000여명이 몰리며 ‘청약가점 만점’인 84점도 탈락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분양가 여파로 이른바 ‘줍줍(무순위 청약)’이 청약시장의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원베일리는 청약통장 없이 추첨하는 무순위가 아니었다. 같은 '취소 후 재공급' 주택이라도 누가 어떤 이유로 취소했느냐에 따라 청약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선당후곰(당첨 후 고민)’도 좋지만 복잡한 무순위 주택에 대한 이해부터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한경DB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한경DB

무순위조차 복잡한 청약제도

무순위 청약은 크게 ‘사후접수’와 ‘계약취소주택 재공급’ 두 가지로 구분된다. 당첨자가 매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스스로 청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자로 계약이 취소된 경우 잔여 물량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추가 신청을 받는 게 ‘사후접수’다. 대부분의 무순위 청약이 이 유형이다. 성인이라면 거주지와 주택 보유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민영이 아닌 공공주택의 경우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만 신청이 제한된다.
‘20억 로또’ 반포 원베일리는 왜…'줍줍' 청약이 아니었을까?
과거에는 모든 무순위가 무주택자이면서 가구 구성원 모두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지난해 2월 28일부로 무순위 청약 신청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거주지, 보유 주택 수, 세대주 여부 등이 사라졌다.

‘계약취소주택’은 계약자가 위장 전입, 불법 전매 등 공급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해 계약이 취소된 물량을 말한다. 취소분이 일반 분양인 경우 일반 분양으로, 특별 공급일 경우 특별 공급 분양으로 진행된다. 요건은 조금 더 까다롭다. 만 19세 이상이고,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며, 세대원 전체가 무주택자인 ‘무주택 세대구성원’이어야 청약 자격이 부여된다.

원베일리는 일반분양한 이유

2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원베일리는 둘 중 어떤 유형일까. 단 한 가구가 시세 반값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앞서 나온 줍줍과 비슷해 보이지만, 원베일리는 줍줍 자체가 아니다. 이 매물은 투기과열지구 재당첨 제한에 걸린 조합원 매물이다. 일반 분양이 아닌 조합원 분양인 데다 유형 역시 이도 저도 아니다 보니 기존 분양방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게 서초구의 판단이었다. 당초 조합 측은 조합 보유분으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억 로또’ 반포 원베일리는 왜…'줍줍' 청약이 아니었을까?
원베일리 1가구 분양은 앞서 진행한 일반분양과 마찬가지로 지역 1순위자를 대상으로 청약 자격을 제한하고 청약통장도 청약가점도 필요했다. 지난 21일 진행한 청약에서는 총 3만5076명이 지원했다. 만점끼리도 가입 기간 등을 따져야 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높은 경쟁률이긴 하지만 지난 2월 전국 유주택자 대상 무순위 청약으로 실시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올해 가장 뜨거운 줍줍이었던 이 단지는 3가구 모집에 101만명이 몰렸다. ‘강남 로또’ 단지였던 데다 청약 자격 기준이 가장 낮은 ‘사후접수’ 유형이어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사후접수는 집이 있건 없건, 어디 살건 상관없는 반면 계약취소주택 재공급은 특정 지역에서 무주택 세대만 청약할 수 있다”며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모수 자체가 수십 배 차이 난다”고 말했다.

재당첨 제한·자금일정 유의해야

어떤 줍줍유형이든, 줍줍이 아닌 조합원분 재공급이든 공통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재당첨 제한이다. 원베일리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강제 취소를 당했던 상가 조합원 역시 비슷한 경우다.

강남구 등 규제지역 내 무순위 청약은 과거 당첨 이력이 있어 재당첨 제한을 받고 있는 가구는 청약할 수 없다. 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무순위 청약 역시 당첨된 후 10년간 다른 분양주택에 당첨될 수 없다. 현재 규제지역은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네 곳이다.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한경DB
서초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한경DB
무순위청약 당첨 포기를 했다 하더라도 당첨된 이력이 있다면 일정 기간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없게 된다. 투기과열지구는 향후 10년, 청약과열지구는 7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비규제 지역은 재당첨 제한 기간에도 청약을 할 수 있다.

한편 무순위청약 일정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급 물량도 적고 항상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청약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집공고문 보기’ 버튼을 누르면 더 자세한 청약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