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LG이노텍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LG이노텍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있는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 강도 높은 도전을 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아시아 등에 포진한 해외 생산법인을 ESG 규제 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등 사업과 관련한 고객사의 친환경 경영 요구에도 대응해야 한다.

국가 간 무역분쟁이 국경을 초월한 ESG 규제 도입으로 연결되는 것도 LG이노텍이 마주한 어려움 중 하나다. 그중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이루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도전적 ESG 경영 목표를 수립해 달성하고 있다. 선도적 ESG 경영 추진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G이노텍이 직면한 ESG 경영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LG이노텍은 공급망 ESG 규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공급망 실사, 탄소국경조정제(CBAM), 녹색 분류체계, 공시의무화 같은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인 LG이노텍은 모바일·반도체·자동차 분야 고객사로부터 수준 높은 ESG 경영을 요구받고 있죠. 이에 당사와 고객사 모두의 요구를 충족하는 ESG 경영 과제를 발굴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구에 앞서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비즈니스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죠.”

- 공급망이 광범위한 만큼 ESG 정책도 큰 영향을 받겠네요.

“최근 ESG 경영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진 분위기입니다. ESG 경영 열풍을 일으킨 블랙록도 ESG 투자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CBAM와 공급망 실사지침 추진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죠. 그러나 주요한 ESG 규제가 역진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공급망과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같은 중요한 영역은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래서 정책적 흐름과 무관하게 2040년 탄소중립, 203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달성 목표를 주축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기후변화와 공시의무화 대응입니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이죠.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 요구가 강해 당사는 2030년까지 RE100 달성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의 90%가량이 전력 사용에서 나오는 만큼 RE100을 달성하면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대응 요구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공시의무화 대응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이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서가 마련되면서 공시 체계의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당장 LG이노텍의 폴란드 법인이 2026년부터 CSRD 적용을 받습니다. 장기간 준비가 필요한 만큼 체계적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공급망 부문 관리 전략도 중요한데요.

“LG이노텍은 협력사로부터 원재료나 부품을 조달하고 글로벌 고객사에 핵심 부품을 공급합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협력사에 ESG 경영 실천을 요구하기보다는 협력사의 ESG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생 협력이 중요하니까요. ESG 진단·교육·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협력사의 ESG 역량이 높아지면 LG이노텍의 경쟁력도 강화될 거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RBA(책임감 있는 산업연합)를 기반으로 마련한 ‘협력회사 행동 규범’을 활용합니다. 거래 계약에 해당 규범을 반영해 협력사가 준수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연 1회 협력사 ESG 자가 진단을 실시하고 고위험 협력사에는 컨설팅사와 제3자 현장 실사를 하고 미흡한 항목에 대한 개선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지속가능성 실사지침이 최근 EU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계시나요.

“2024년 4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이 EU 의회에서 최종 통과됨에 따라 LG이노텍도 EU 역외 기업으로서 2027년부터 공급망 실사 의무 대상이 됩니다. 이에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입니다. 올해는 확정된 CSDDD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공급망 실사 정책을 수립하고 체크리스트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2025~2026년에는 본격적인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 대응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 2030년이라는 도전적인 RE100 달성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LG이노텍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했고,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RE100 달성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먼저 재생에너지 시장과 이행 수단별 특성을 분석하고, 수단별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도출했습니다. 이후 단계별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를 활용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 인증서(EACs)의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 같은 로드맵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 재생에너지 조달과 관련한 대표적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2023년 청정에너지 플랫폼을 운영하는 브라이트 에너지 파트너스(BEP)와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년 약 10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20년간 인정받게 되었죠. 또 지난해 8월에는 SK E&S와 직접 PPA를 체결해 “20년간 매년 10M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됩니다. 그 외에도 광주, 파주, 구미 등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붕형 태양광발전 설비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녹색 프리미엄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사업장 전력 사용량의 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습니다.”

- 정보·보안도 중요 ESG 경영 사안으로 다루시네요.

“모든 사업 과정이 IT 시스템으로 운영·통제되는 만큼 해킹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주요 자료가 유출될 때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정보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주요 고객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어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은 외부 침입에 대한 기술적 대비는 물론 전 사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모의 해킹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개인정보 보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본사와 폴란드 법인이 ISO27701(개인정보보호경영 시스템) 인증을 취득했으며, 전사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 최고재무책임자(CFO) 중심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시네요.

“ESG 경영의 목적은 결국 장기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높여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재무와 비재무 정보를 통합해 공시하며 ESG 관련 위험과 기회의 재무적 영향 분석 등 모든 사안이 재무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ESG 경영의 실행력을 확보하고 고도화하는 데 CFO 중심 ESG 추진 조직이 강점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 LG이노텍은 ESG 경영 실행력을 강화하고자 CFO를 의장으로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ESG 협의회를 분기마다 열고 있습니다. ESG 협의회는 환경, 노동 인권, 안전보건, 지배구조 등 총 10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부문별 중점 과제를 협의회에서 점검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분야별 실무 팀장을 주축으로 한 ESG 실무협의회를 신설해 과제 수행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 기후 공시와 관련한 외부 평가가 우수합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2023년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기후변화 대응 평가에서 ‘리더십 A등급’을 획득하고 2년 연속 탄소 경영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꾸준히 추진한 덕분에 상을 받은 게 아닐까요. 특히 2030년 RE100 달성 목표는 RE100 가입 요건 대비 20년이나 빠른 도전적 목표입니다. 목표 설정에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조직 전체가 협력해 실행에 옮겨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외부 기관에서도 좋은 평가를 해줬다고 판단합니다.”

- 2025년 가장 주목하는 ESG 경영 어젠다는 무엇인가요.

“공급망 실사를 포함한 공급망 관리입니다. LG이노텍의 글로벌 고객은 안정적 부품 수급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에 따라 LG이노텍과 협력사 전체에 대해 고객사의 ESG 정책과 RBA 수준의 행동 규범을 준수해달라고 요구하고, ESG 평가와 감사를 통해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해나갈 뿐 아니라 주요 협력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프로세스로 ESG 수준을 진단해 개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ISSB가 차세대 공시 과제로 검토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죠. LG이노텍도 생물다양성을 ESG 전략상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올해는 외부 컨설팅 기관과 함께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권고안에 부합하는 ESG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 활동 계획도 마련할 것입니다.”

- 국내외로 공시 규제가 쏟아집니다. 대응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EU CSRD와 ISSB 기준서의 적용 대상이 됨에 따라 2024년 1분기에 해당 규제와 관련한 지표를 분석 후 중장기 대응 계획을 수립해 경영진 보고를 마치고 내부 조직에도 공유했습니다. CSRD의 경우 2026년부터 자사 폴란드 법인이 적용 대상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발표한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 공개 초안이 하반기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ESG 공시의무화는 단순히 비공개하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업이 자율적, 선택적으로 공개하던 ESG 정보를 표준화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일관된 기준에 따라 공개하는 만큼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기업을 비교해보고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며 필요에 따라서는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활용하는 정보이기 때문이죠.”

- 소재·부품 기업은 폐기물 관리도 중요해 보입니다.

“LG이노텍은 환경 영역에서 기후변화 대응 외에도 순환자원 생태계 관리 및 환경영향 제로화를 목표로 2026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글로벌 안전 인증기관인 UL의 폐기물 매립제로(ZWTL) 인증 취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내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업체를 발굴해 구미(1·1A·2·3) 사업장과 파주, 평택 사업장은 인증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재활용 비율 100%) 등급을 받았습니다. 구미4, 광주 사업장은 골드(재활용 비율 95~99%) 등급을, 베트남 법인은 실버(재활용 비율 90~94%)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 ESG 업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글로벌 규제가 몰려오고 있으나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나 스코프 3 같은 영역은 명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규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오랜 시간을 들여 대응을 준비해야죠. 실제 올해 1분기 ISSB 기준을 자체 번역 후 이를 학습하고 이해해 대책을 마련하고 내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정부도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고, ESG 공시나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김종호 LG이노텍 ESG 담당. 사진=서범세 기자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