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 숨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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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의 힘 (6)
'등위접속'이란 어떤 말들이 대등한 지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어지는 말의 앞뒤가 절이면 절, 구면 구,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로 어울려야 정상적인 등위접속문이다. 반대로 이런 원칙을 벗어나면 비문이 된다.
'등위접속'이란 어떤 말들이 대등한 지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어지는 말의 앞뒤가 절이면 절, 구면 구,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로 어울려야 정상적인 등위접속문이다. 반대로 이런 원칙을 벗어나면 비문이 된다.
“그린수소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청정 수소 중 하나인 무탄소수소로 정의하고 있다. 무탄소수소란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지난해 10월 그린수소로 달리는 버스가 국내 최초로 제주에서 정식 운행을 시작해 화제가 됐다.
미세한 차이가 정문과 비문을 가른다. 예문에서도 ‘생산’이란 명사를 동사로 씀으로써 비문이 정문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등위접속 용법’ 오류의 하나다.
등위접속 용법은 용어가 딱딱해서 그렇지 사실은 몇 가지 방식만 염두에 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등위접속’이란 어떤 말들이 대등한 지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나열되는 말들이 같은 값(대등한 자격)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수출과 수입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식으로 연결된다. 접속어를 사이에 두고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가 오고 구는 구끼리, 절은 절끼리 어울리는 게 요체다. 이때 이어지는 말들을 연결하는 접속어를 등위접속어라고 한다. ‘-와/-과, -나, -거나, -며, -고’ 등이 그것이다.
정리하면 이어지는 말의 앞뒤가 절이면 절, 구면 구,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로 어울려야 정상적인 등위접속문이다. 반대로 이런 원칙을 벗어나면 비문이 된다. 맨 처음 예문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를 보면, 등위접속어 ‘-거나’를 중심으로 앞에는 동사를 썼는데 뒤는 명사로 이어지면서 어색해졌다. 즉 앞에 ‘수소를 수입하거나’로 동사가 온 것은 목적어 ‘수소를’을 받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뒤도 자연스레 동사 ‘생산하는’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명사 ‘생산’이 왔기에 비문이 됐다.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가 바른 표현임이 드러난다.
“일본에선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아님에도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문장은 등위접속 오류로 인해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등위접속어 ‘-이나’는 ‘A나 B’ 식으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온다. 따라서 형식으로만 보면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한 덩어리로 읽히지만 무슨 뜻인지 의미 전달이 안 된다. 뒤(‘임대·판매 목적이 아님’)가 절이므로 앞에도 ‘별장을 비롯해’ 식으로 똑같이 절 형태를 취해야 뒷말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과 협조를 부탁했다.” 역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와야 한다. 그런데 ‘사업 설명과 협조’가 모두 서술어 ‘부탁했다’에 걸리는 말로 표현됐다. 즉 ‘사업 설명을 부탁하다’ ‘협조를 부탁하다’를 묶은 형태가 돼서 의미적으로 맞지 않는다. 앞뒤를 같은 동사구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가 바른 표현이다. “성과급 역시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골자만 추리면 ‘~에 연동하고 ~의 10% 수준이 바람직하다’로 연결돼 비문이다. 앞에 절이 왔으므로 뒤의 명사구도 절 형태로 풀어 써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식으로 맞춰야 한다.
같은 값의 말 이어주는 등위접속
기후위기와 함께 ‘그린수소’가 몇 년 전부터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낯선 말이다. 언론에서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용어 설명도 함께 제시한다. 한 백과사전의 설명을 인용해 보도한 예문의 마지막 문장은 문법적으로 주목할 만한 오류를 안고 있다. 글쓰기에서 흔히 생기는 잘못임에도 대부분 틀린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때문이다.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가 문제의 부분이다.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 된다.미세한 차이가 정문과 비문을 가른다. 예문에서도 ‘생산’이란 명사를 동사로 씀으로써 비문이 정문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등위접속 용법’ 오류의 하나다.
등위접속 용법은 용어가 딱딱해서 그렇지 사실은 몇 가지 방식만 염두에 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등위접속’이란 어떤 말들이 대등한 지위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나열되는 말들이 같은 값(대등한 자격)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수출과 수입이’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식으로 연결된다. 접속어를 사이에 두고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가 오고 구는 구끼리, 절은 절끼리 어울리는 게 요체다. 이때 이어지는 말들을 연결하는 접속어를 등위접속어라고 한다. ‘-와/-과, -나, -거나, -며, -고’ 등이 그것이다.
정리하면 이어지는 말의 앞뒤가 절이면 절, 구면 구,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사로 어울려야 정상적인 등위접속문이다. 반대로 이런 원칙을 벗어나면 비문이 된다. 맨 처음 예문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 과정에서’를 보면, 등위접속어 ‘-거나’를 중심으로 앞에는 동사를 썼는데 뒤는 명사로 이어지면서 어색해졌다. 즉 앞에 ‘수소를 수입하거나’로 동사가 온 것은 목적어 ‘수소를’을 받는 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뒤도 자연스레 동사 ‘생산하는’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명사 ‘생산’이 왔기에 비문이 됐다. ‘수소를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가 바른 표현임이 드러난다.
명사는 명사끼리, 절은 절끼리 연결
우리말의 등위접속 용법은 영어의 ‘and/or’ 용법과 같다. 그러니 이를 생각하면 틀릴 일이 없는데, 문장이 좀 복잡해지면 이 원칙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 문장들이 왜 비문인지 살펴보자.“일본에선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아님에도 3개월 이상 비어 있는 집을 ‘빈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문장은 등위접속 오류로 인해 의미 파악이 쉽지 않다. 등위접속어 ‘-이나’는 ‘A나 B’ 식으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온다. 따라서 형식으로만 보면 ‘별장이나 임대·판매 목적’이 한 덩어리로 읽히지만 무슨 뜻인지 의미 전달이 안 된다. 뒤(‘임대·판매 목적이 아님’)가 절이므로 앞에도 ‘별장을 비롯해’ 식으로 똑같이 절 형태를 취해야 뒷말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마을을 찾아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과 협조를 부탁했다.” 역시 앞뒤에 같은 값의 말이 와야 한다. 그런데 ‘사업 설명과 협조’가 모두 서술어 ‘부탁했다’에 걸리는 말로 표현됐다. 즉 ‘사업 설명을 부탁하다’ ‘협조를 부탁하다’를 묶은 형태가 돼서 의미적으로 맞지 않는다. 앞뒤를 같은 동사구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가 바른 표현이다. “성과급 역시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골자만 추리면 ‘~에 연동하고 ~의 10% 수준이 바람직하다’로 연결돼 비문이다. 앞에 절이 왔으므로 뒤의 명사구도 절 형태로 풀어 써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성과에 연동하고 임금 총액의 10% 수준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식으로 맞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