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연금개혁, 21대 타결" 與 "22대서 제대로"…기싸움 뒤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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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할 의사 분명"
밀어붙이는 이재명…당·정은 거부
밀어붙이는 이재명…당·정은 거부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연금개혁 관련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24일 사실상 거절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44%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45% 사이에서 타협할 의사가 명확히 있다”며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연금개혁을 타결 짓자”고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 대통령이 여야와 섞여 대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서 “22대 국회의 첫 번째 의제가 연금개혁이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가 소득대체율 1%포인트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21대 국회에서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여야와 연금 전문가의 속내는 훨씬 더 복잡하다.
(1) 李, 영수회담 던진 의도는
이 대표는 전날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다”며 공을 윤 대통령에게 넘겼다.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 간 협상이 막힌 상황에서 한발 양보하는 자세까지 취했다.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을 밝힌 뒤 나온 제안이라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오히려 야당 대표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또 정부·여당이 걷어찼다”고 주장할 수 있어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출신이자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의 이해관계는 조금 다르다. 본인 임기 내에 모수개혁이라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여야 간사끼리 합의한 안을 본회의에 올릴 경우 부결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이 설문조사에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는 안을 선택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44~45%로 합의할 경우 당내 설득이 필요하다. “여야가 합의할 일”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2) 여당 내 백가쟁명, 왜
여당 내 논의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여당의 현 원내 지도부는 22대 국회로 국민연금 개혁을 넘겨야 하는 이유로 ‘구조개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연금특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모수개혁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도 구조개혁론자이기는 하지만 21대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견해가 미묘하게 갈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꾸준히 구조개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무 단계에선 물밑으로 모수개혁 조율을 주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전날 ‘정부안’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된 ‘소득대체율 45%’도 복지부 실무진의 제안으로 알려졌다. (3) 尹 대통령은 의지 있나
일각에선 애초에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회가 될 때 보험료율을 올려놔야 기금 소진을 늦추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스타일상 자신이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연금개혁을 뭉개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올 수 있도록 시동을 걸겠다”고 말한 게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를 불과 닷새 남겨두고 70년 국가대계인 연금개혁안을 여야가 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진행된 국회 공론화위 논의 과정이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수용할 만한 제대로 된 구조개혁안을 내놓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청년층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야 간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1) 李, 영수회담 던진 의도는
'국가 아젠다 주도' 이미지 노려
이 대표는 전날 “정부·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다”며 공을 윤 대통령에게 넘겼다. 소득대체율을 놓고 여야 간 협상이 막힌 상황에서 한발 양보하는 자세까지 취했다.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입장을 밝힌 뒤 나온 제안이라 정치적 의도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오히려 야당 대표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또 정부·여당이 걷어찼다”고 주장할 수 있어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출신이자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의 이해관계는 조금 다르다. 본인 임기 내에 모수개혁이라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문제는 여야 간사끼리 합의한 안을 본회의에 올릴 경우 부결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이 설문조사에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는 안을 선택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44~45%로 합의할 경우 당내 설득이 필요하다. “여야가 합의할 일”이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2) 여당 내 백가쟁명, 왜
모수 vs 구조개혁 미묘한 입장차
여당 내 논의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여당의 현 원내 지도부는 22대 국회로 국민연금 개혁을 넘겨야 하는 이유로 ‘구조개혁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하지만 연금특위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모수개혁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도 구조개혁론자이기는 하지만 21대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견해가 미묘하게 갈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꾸준히 구조개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실무 단계에선 물밑으로 모수개혁 조율을 주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전날 ‘정부안’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된 ‘소득대체율 45%’도 복지부 실무진의 제안으로 알려졌다.
(3) 尹 대통령은 의지 있나
'제대로 된 연금개혁' 욕심
일각에선 애초에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회가 될 때 보험료율을 올려놔야 기금 소진을 늦추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스타일상 자신이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연금개혁을 뭉개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란 분석이 더 많다.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2월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올 수 있도록 시동을 걸겠다”고 말한 게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를 불과 닷새 남겨두고 70년 국가대계인 연금개혁안을 여야가 급하게 처리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진행된 국회 공론화위 논의 과정이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세대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수용할 만한 제대로 된 구조개혁안을 내놓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청년층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야 간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