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불법파견 소송 취하하면 정규직 채용"…法 "위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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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당한 원청 기업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 채용하겠다면서 그 조건으로 "소송의 취하"를 내건 것은 협력업체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GM 사내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5명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이같이 판단하고 노동위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GM 사내협력업체 직원들로 일해오던 원고 근로자들은 2013년 6월부터 GM을 상대로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불법파견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주도로 2014년부터 소송이 확산되면서 GM(지엠)은 노조와 교섭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재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발탁 채용'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가 해고자 복직 등을 들며 제안을 거부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2022년 회사 측은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협력업체의 근속기간 절반만 인정 △소송 승소시 받을 수 있는 차액 임금은 포기 △최대 1200만원의 채용 격려금 제시를 내용응로 한 '채용 제안서'를 제시했고 243명이 이 제안을 수용했다. 이후 원고 근로자 등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직원들은 협력업체와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노조는 “GM이 소 취하서,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한 조합원만 발탁채용한 것은 노조 등에 대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라며 2022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노위·중노위에서 모두 기각되자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협력업체가 아닌 원청인 GM이 사내협력업체(하청)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는 ‘사용자’인지 여부와 소 취하서 제출 등을 조건으로 한 '발탁 채용'이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였다.
먼저 법원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라며 원청인 GM도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발탁 채용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원고 측 주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60명은 원고 노조 소속이 51명, 비조합원이 209명인데, 최종 발탁채용된 260명 중 (소취하) 조건에 응해 발탁 채용된 근로자 243명은 조합원 36명, 비조합원 207명으로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탁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노동조합 조합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한 조건"이라며 "(발탁 채용을 통한 고용 승계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결정이고 충분히 수긍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노조 측은 “회사의 행위로 노조 내부 갈등 초래됐다"라고 주장했지만 "조합활동 위축됐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며 소를 기각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 업체를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회사가 소 취하 등을 조건으로 '정규직 특별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송 장기화로 인한 노사의 소모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기아, 금호타이어 등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 대기업도 특별 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수십년치 인건비 차액과 복지비를 한꺼번에 부담하게 되는 등 경영상 리스크를 덜 수 있다. 협력업체 근로자 입장에서는 패소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지위를 당장 벗어날 수 있다.
특별·발탁 채용이 하청 노조 등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인지를 판단한 판결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지게 되는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청을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라고 본 것이 주목할만하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최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GM 사내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5명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이같이 판단하고 노동위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GM 사내협력업체 직원들로 일해오던 원고 근로자들은 2013년 6월부터 GM을 상대로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불법파견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노조 주도로 2014년부터 소송이 확산되면서 GM(지엠)은 노조와 교섭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재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발탁 채용'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가 해고자 복직 등을 들며 제안을 거부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2022년 회사 측은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에게 △협력업체의 근속기간 절반만 인정 △소송 승소시 받을 수 있는 차액 임금은 포기 △최대 1200만원의 채용 격려금 제시를 내용응로 한 '채용 제안서'를 제시했고 243명이 이 제안을 수용했다. 이후 원고 근로자 등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직원들은 협력업체와 계약이 종료됐다.
이에 노조는 “GM이 소 취하서,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한 조합원만 발탁채용한 것은 노조 등에 대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라며 2022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노위·중노위에서 모두 기각되자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협력업체가 아닌 원청인 GM이 사내협력업체(하청)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는 ‘사용자’인지 여부와 소 취하서 제출 등을 조건으로 한 '발탁 채용'이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였다.
먼저 법원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라며 원청인 GM도 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발탁 채용이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원고 측 주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60명은 원고 노조 소속이 51명, 비조합원이 209명인데, 최종 발탁채용된 260명 중 (소취하) 조건에 응해 발탁 채용된 근로자 243명은 조합원 36명, 비조합원 207명으로 조합원보다 비조합원이 더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탁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노동조합 조합원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한 조건"이라며 "(발탁 채용을 통한 고용 승계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결정이고 충분히 수긍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노조 측은 “회사의 행위로 노조 내부 갈등 초래됐다"라고 주장했지만 "조합활동 위축됐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며 소를 기각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 업체를 상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회사가 소 취하 등을 조건으로 '정규직 특별 채용'을 실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송 장기화로 인한 노사의 소모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기아, 금호타이어 등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 대기업도 특별 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수십년치 인건비 차액과 복지비를 한꺼번에 부담하게 되는 등 경영상 리스크를 덜 수 있다. 협력업체 근로자 입장에서는 패소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지위를 당장 벗어날 수 있다.
특별·발탁 채용이 하청 노조 등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인지를 판단한 판결은 드물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지게 되는 부담을 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청을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라고 본 것이 주목할만하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