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찾은 경기도 용인 삼성노블카운티는 곳곳에서 설립 23년 차의 연식이 느껴졌다. 하지만 노후한 단지가 무색할 정도로 커뮤니티 시설과 정원 등 곳곳이 활기를 띠었다.

2001년 설립된 삼성노블카운티는 국내 시니어 주거문화를 태동시킨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대표 고급 실버타운이자 중산층 이상 시니어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전용 60㎡ 기준 보증금 5억원에 생활비는 300만원을 훌쩍 넘지만(부부기준) 100명 넘는 대기인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여전하다.

아이들 붐비는 시니어타운

삼성노블카운티의 커뮤니티 시설 격인 ‘리빙프라자’에는 어르신보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 학부모, 스포츠시설을 이용하는 중년층 등이 더 눈에 띄었다. 별도로 운영하는 어린이집과 대외 개방 커뮤니티시설인 문화·스포츠센터 덕분이다.
용인삼성 노블카운티 조감도
용인삼성 노블카운티 조감도
스포츠센터는 11레인 규모의 수영장, 피트니스 클럽, 스크린 골프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어린이집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수인분당선 영통역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시니어의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노블카운티는 대규모 실버타운의 첫 주자로 꼽힌다. 다른 시설들과 가장 큰 차이점은 대규모 단지를 지역사회 주민에게 개방해 주거 공간을 제외한 공용시설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CCRC(은퇴주거단지)와 비슷한 형태다. 도심·외곽·도심근교형 등으로 구분되는 시니어타운 가운데 도심근교형에 속한다.

큰 규모에 맞게 드넓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시설의 특징이다. 부지면적만 총 23만1405㎡로 웬만한 대학 캠퍼스보다 크다.

이곳에선 이른 아침부터 산책하는 시니어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넓은 자연환경에서 명상쉼터, 치유의숲길, 야상화길, 플라워가든, 주말농장 등 다양한 코스의 산책로와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앞에는 신갈 저수지, 뒤로는 청명산 산자락을 낀 배산임수 입지다. 한 입주민은 “특별히 이동하지 않아도 4계절 내내 다른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문나면 안되는데"…'月 300만원' 넘어도 노부부 줄 선다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도심 인프라를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도를 높인다. 행정구역은 용인(용인 기흥구 덕영대로 1751 일대)이지만 수원 영통역까지 직선거리로 1㎞ 정도다. 매시간 영통역까지 셔틀버스(평일 기준 8회)를 운행하고, 평일 4회 서울 양재역과 삼성서울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 이동도 자유로운 편이다. 서울 강남 30분, 분당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건강해도 불편해도 서비스 가능

노블카운티는 건강한 ‘액티브시니어’부터 거동 자체가 불편한 시니어를 위한 ‘요양시설’까지 다양한 니즈의 시니어를 수용할 수 있다.

주거시설은 건강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타워동'과 몸이 허약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프리미엄 세대', 치매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너싱홈)'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90세 이상 고령자, 치매나 중풍으로 전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너싱홈에서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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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3층~지상 20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뤄진 타워동은 총 555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각 실의 면적은 전용 50㎡부터 60㎡, 83㎡, 최대 119㎡까지 10개 유형에 달한다.

타워동 일반가구 기준 일상생활·건강관리·스포츠 및 문화여가 서비스가 포함된다. 단지 내 의료센터와 무료 정기 건강검진, 24시간 응급 대응 및 병원 후송, 스포츠센터 및 전용 강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는 일상생활에 대한 지원과 간호, 간병 등 서비스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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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싱홈은 치매·중풍 등으로 독립생활이 어려워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요양시설이다. 1인실, 2인실, 4인실로 구성돼 있다. 단순한 요양시설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와 여가, 이벤트 등을 제공한다.

리빙프라자 2층에는 의료센터도 갖추고 있다. 가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이 개설돼 있다. 치매 예방 및 뇌기능 증진을 위한 뇌건강센터를 만들어 정신적인 건강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병원에는 3명의 상주 의사가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4억원대 보증금에도 대기줄 길어

노블카운티는 웬만한 중산층이 아닌 이상 진입장벽이 높다. 보증금뿐 아니라 매월 상당한 생활비가 든다.

일반가구 전용 60㎡를 기준으로 보증금은 4억2000~5억4000만원이다. 75만원의 월세는 따로 내야 한다. 월 생활비는 독신 기준 220만원, 부부라면 328만원을 낸다. 월 생활비에는 가사 서비스, 건강검진, 스포츠·문화센터 등 부대시설 이용, 식비(1인 90식)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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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대기인원이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가 공급을 웃돌다 보니 시설 홍보에도 소극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입주민이 불편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가뜩이나 긴 대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곳은 입주 예정일 기준 만 60세 이상이면 입주 가능하다. 부부라면 한 명만 만 60세 이상이면 된다. 너싱홈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0세 이상의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으로 일상생활 보조가 필요하다면 입주할 수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