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유고' 이란, 원유 증산 나선다…유가 또 떨어지나 [오늘의 유가]
이란이 석유 생산량을 기존보다 하루평균 40만 배럴 늘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동맹국들로 구성된 OPEC+가 일평균 22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연장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내달 2일 온라인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이란이 독자 행보에 나섰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26일(현지시간) "모하마드 모크베르 이란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경제위원회가 석유 생산량을 일평균 360만 배럴에서 일평균 400만 배럴로 늘리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증산을 시작할 시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란은 OPEC 내 3위 원유 수출국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 OPEC+의 감산 기조가 적어도 9월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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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이란 정부의 깜짝 증산이 '감산 분담'을 둘러싼 OPEC 내 분열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통해 유가를 올려 원유 판매로 거두는 수입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다른 회원국들은 원유 생산과 수출을 계속 늘리기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OPEC+의 감산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됐다.

지난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원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 대비 0.85달러(1.11%) 오른 배럴당 77.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전날까지 나흘 연속 하락하며 지난 2월 23일 이후 최저가까지 내려갔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7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2월 7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던 전장 대비 0.9%(0.76달러) 오른 배럴당 82.1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Fed가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원유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독립 에너지 분석가인 팀 에반스는 "Fed의 통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 증가가 시장 심리에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SIA웰쓰매니지먼트의 콜린 시진스키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이번 주 유가 하락은 (Fed로부터)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서 트레이더들 사이에 자신감이 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유고' 이란, 원유 증산 나선다…유가 또 떨어지나 [오늘의 유가]
다만 전날까지 이번 주에만 유가가 3% 이상 하락하면서 낙폭 과대라는 인식도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 상승은 4거래일 연속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에 힘입은 것이란 분석이다. BOK 파이낸셜의 거래 담당 수석 부사장 데니스 키슬러는 "5월 25일 부터 미국의 여름 휴가철 원유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의 매도세(유가 하락세)가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총 석유 소비량이 하루 평균 약 15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석유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휘발유 수요의 약세는 글로벌 수요 강세로 인해 상쇄됐다고 짚었다. 특히 연초에는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엔 미국 내에서도 수요 측면 호재가 확인됐다. 원유 수요를 나타내는 미국 휘발유 제품 공급량은 "5월 17일까지 주에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최근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