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 좀 그만 괴롭혀"…美에너지 대기업이 꺼낸 '초강수'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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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은 소송대로, 주총은 주총대로
엑슨모빌의 '두 전장 이야기'
엑슨모빌의 '두 전장 이야기'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벌이는 싸움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엑슨모빌은 올해 초 "우리를 그만 좀 괴롭히라"며 기후 행동 단체들을 고소했다. 에너지 기업의 본업인 석유가스 사업을 망칠 의도로 주주안건을 반복적으로 발의하고 있다고 이유에서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을 자극했다. 이들은 엑슨모빌의 소송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는 오는 29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엑슨모빌 이사회 전원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공표했다.
엑슨모빌은 올해 1월 기후행동주의 펀드운용사 아르주나캐피털과 기후운동단체 팔로우디스를 겨냥해 주주안건 철회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글로벌 5대 정유사 중에 엑슨모빌만 스코프3(공급망에서의 간접 배출량)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며 스코프3 설정에 관한 주주제안을 제출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미국 내에서 즉각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막기 위해 곧장 소송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다. 대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 배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엑슨모빌 측은 초강수 행보에 대해 "규제 당국인 SEC이 오히려 그런 (기후위기 대응) 주주제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등 절차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법정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의 고소에 아르주나캐피털, 팔로우디스는 주주제안을 철회했지만, 엑슨모빌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강행했다. 소액 지분을 사들인 뒤 반복적으로 주주안건을 상정하는 기후단체의 관행을 고쳐놓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관리들이 지난주 자산운용사들에 "이사회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요청했고, 이날 로이터 보도로 공화당도 맞불을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화당은 "아르주나캐피털 등의 안건은 '엑슨모빌이 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유정을 봉인하며, 직원을 해고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총에서의 전장과 별개로 소송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텍사스 북부지방법원(연방법원)은 지난 22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엑슨모빌의 소송은 정당하다"는 판시를 내리면서다. 마크 피트먼 판사는 기후 운동 단체의 반복적인 주주안건 상정이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엑슨모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주주안건이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엑슨모빌의 주장도 인정했다. 피트먼 판사는 "투자자들이 동일한 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팔로우디스에 대해서는 소송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단을 내렸다. 향후 아르주나캐피털에 대한 심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팔로우디스의 마크 반 바알 창립자는 "세계 최고의 자본 시장인 미국에서 주주권에 대한 부당하고 냉소적인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이 벌이는 싸움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엑슨모빌은 올해 초 "우리를 그만 좀 괴롭히라"며 기후 행동 단체들을 고소했다. 에너지 기업의 본업인 석유가스 사업을 망칠 의도로 주주안건을 반복적으로 발의하고 있다고 이유에서다.
이는 기관투자자들을 자극했다. 이들은 엑슨모빌의 소송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는 오는 29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엑슨모빌 이사회 전원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공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싸움으로 번졌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19개 공화당 주 정부가 자산운용사 및 투자은행들에 "29일 엑슨모빌 주총에서 엑슨모빌 이사진의 재선임안에 반대하지 말 것"이라는 촉구 서한을 보냈다. 플로리다 주의 지미 패트로니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존 플레밍 루이지애나 주 재무장관 등이 이를 주도했다. 이들은 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에 송부한 공문에서 "기후활동가 주주들을 통제하려는 엑슨모빌 이사회의 노력은 우리의 감사와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엑슨모빌은 올해 1월 기후행동주의 펀드운용사 아르주나캐피털과 기후운동단체 팔로우디스를 겨냥해 주주안건 철회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글로벌 5대 정유사 중에 엑슨모빌만 스코프3(공급망에서의 간접 배출량)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며 스코프3 설정에 관한 주주제안을 제출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미국 내에서 즉각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기업들이 주주제안을 막기 위해 곧장 소송 카드를 꺼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다. 대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 배제 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엑슨모빌 측은 초강수 행보에 대해 "규제 당국인 SEC이 오히려 그런 (기후위기 대응) 주주제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등 절차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법정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엑슨모빌의 고소에 아르주나캐피털, 팔로우디스는 주주제안을 철회했지만, 엑슨모빌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 강행했다. 소액 지분을 사들인 뒤 반복적으로 주주안건을 상정하는 기후단체의 관행을 고쳐놓겠다는 심산이었다.
결국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민주당 관리들이 지난주 자산운용사들에 "이사회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요청했고, 이날 로이터 보도로 공화당도 맞불을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공화당은 "아르주나캐피털 등의 안건은 '엑슨모빌이 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유정을 봉인하며, 직원을 해고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일단 "엑슨모빌의 제소, 이유 있다" 판단
자산운용사들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기관투자자들은 일단 반(反)엑슨모빌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캘퍼스를 비롯해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캘퍼스의 마시 프로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엑슨모빌의 위험한 법적 도박이 성공한다면 주주권을 훼손하고 앞으로 기업 지도자들이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억압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단체들은 엑슨모빌 편을 들고 있다. 비즈니스 로비 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와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아르주나캐피털 등에 대해 "활동가 그룹이 이념적 선명성 경쟁을 벌이기 위해 주주제안 절차를 장악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으며 엑슨모빌의 소송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2019년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선언'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을 소개하며 ESG 열풍을 일으킨 단체다.주총에서의 전장과 별개로 소송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텍사스 북부지방법원(연방법원)은 지난 22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엑슨모빌의 소송은 정당하다"는 판시를 내리면서다. 마크 피트먼 판사는 기후 운동 단체의 반복적인 주주안건 상정이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엑슨모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주주안건이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엑슨모빌의 주장도 인정했다. 피트먼 판사는 "투자자들이 동일한 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팔로우디스에 대해서는 소송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단을 내렸다. 향후 아르주나캐피털에 대한 심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팔로우디스의 마크 반 바알 창립자는 "세계 최고의 자본 시장인 미국에서 주주권에 대한 부당하고 냉소적인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