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 성장세 둔화하는데…中 CATL 주가는 왜 오를까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운데 오른쪽)가 쩡위췬 CATL 회장(왼쪽)과 함께 베이징의 한 호텔 로비를 걸어가는 모습. 트위터 갈무리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운데 오른쪽)가 쩡위췬 CATL 회장(왼쪽)과 함께 베이징의 한 호텔 로비를 걸어가는 모습. 트위터 갈무리
해외 투자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해외 증시에 대한 최근 이슈와 전문가 견해, 그리고 유용한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는 꿀팁을 전합니다.

글로벌 배터리 대장주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 주가가 상승세입니다. 이 종목은 중국 선전종합거래소에서 연초부터 지난 27일까지 25.51% 올랐습니다. 이런 모습은 국내 배터리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과 대비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서 같은 기간 17.08% 떨어졌습니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에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습니다. CATL은 연중 고점(2023년 2월 1일)부터 연말까지 37.96% 떨어졌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연중 고점(2023년 6월 12일)부터 연말까지 30.15% 하락했습니다. CATL이 더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10%포인트가 안 됐습니다. 그랬다가 올해 한 종목은 상승 전환했는데 다른 한 종목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죠.


두 종목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 전망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CATL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최근 5조5358억원(553억5800만위안)입니다. 이 전망치는 6개월 전 6조733억원, 3개월 전 5조6883억원에 이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6개월간 이 수치는 8.9%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전망치가 더 극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개월 전 4조2487억원, 3개월 전 2조8309억원, 최근 2조2667억원으로 이 기간 46.6% 주저앉았습니다. CATL 실적 조정폭의 5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CATL이 13.86배, LG에너지솔루션이 68.94배로, LG에너지솔루션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도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주가가 '오버 슈팅'된 상태인데 실적 전망마저 급격하게 조정받으니 설상가상이 된 거죠. 주가가 제법 조정을 받은 지금도 12개월 선행 PER이 CATL은 16.67배, LG에너지솔루션은 44.65배로 여전히 CATL이 더 낮은 상태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배터리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는 이유는 전방 산업인 전기자동차 시장이 당초 예상에 비해 느리게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로 인한 악영향은 물론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모두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ATL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전망치가 유독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CATL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이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 점유율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중국 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55.2%였고 LG에너지솔루션은 2.0%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입니다. 중국 외 시장에서도 CATL이 이기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CATL의 중국 외 시장 점유율은 27.5%였고, LG에너지솔루션은 25.7%였습니다.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유럽의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웬만한 전기차 업체는 모두 CATL의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 성장세 둔화하는데…中 CATL 주가는 왜 오를까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CATL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이 회사가 만드는 배터리 유형을 완성차 업체가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CATL은 각형 배터리가,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 제품입니다. 각형 배터리는 말 그대로 사각형 모양이고 파우치형은 얇은 필름에 싸인 주머니 형태입니다. 각형 배터리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한 반면 무겁고, 파우치형은 공간 활용 효율성이 높고 가벼운 대신 가격이 비쌉니다. 각형 배터리는 보급형, 파우치형 배터리는 고급형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고, 심지어 배터리를 직접 생산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부담이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럽 볼보도 당초 전기차에 파우치형을 넣는 등 고급형을 사용했으나 2019년 CATL과 10년간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각형 배터리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CATL의 주가를 올리고 LG에너지솔루션을 떨어뜨리고 있는 겁니다.
CATL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AP/연합뉴스
CATL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사진=AP/연합뉴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유럽 완성차 업체가 최근 미들급 이하 가격대의 전기차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도 파우치형보다 각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럽 시장에서 CATL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CATL이 각형에서도 파우치형에 버금가는 성능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로서는 비싼 파우치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파우치형을 밀던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