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가인권위원회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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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마약류 범죄자가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과 관계없는 다른 범죄로 교정시설에 수용된 경우 '마약류 범죄 수용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27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2020년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2년 9월 마약과 관계없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용됐다. 당시 교정 당국은 A씨를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해 관리했다.

A씨는 교도소장에게 마약류 수용자 지정 해제를 요청했으나 형집행법 시행규칙 때문에 해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시행규칙 제204조 제2호에는 마약류 관련법 위반으로 집유가 선고돼 그 기간에 별건으로 수용된 수용자를 마약류수용자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교도소 측은 마약류 수용자는 재범의 우려가 크고 교도소에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를 반입하거나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정 배경에 관해 해명했다. 또한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해 엄격한 관리와 재활교육을 하기 때문에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마약류 수용자를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에 따라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될 경우 받게 되는 제한 처분이 다른 유형의 수용자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마약류 수용자는 외부 물품 전달과 장소 변경 접견, 다른 수용인들 접촉 등이 제한된다. 또 일반 수용자와 구별되는 명찰을 달고 보관품을 수시로 점검받으며 마약류 반응 검사를 위해 수시로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권위에 따르면 형집행법 시행규칙에 따라 마약류 수용자로 지정되면 5년이 지나야 수용생활 태도 등을 고려해 분류처우위원회 의결로 지정이 해제된다.

인권위는 "마약류 범죄로 집행유예를 받고 다른 범죄로 수용된 수용자가 5년 미만의 형벌을 받았을 때 아무리 모범적인 생활을 해도 엄중 관리 대상에서 해제될 수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