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보험지원에 '조건'단 정부…"정상화 방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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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공의 공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하는 ‘선지급’ 조건으로 전공의 복귀 대책을 포함한 병원 정상화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고용주이자 피해자인 병원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요양급여 선지급의 구체적 지침을 만들어 지난 24일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전달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병원의 수입이 줄어들었는지 여부 뿐 아니라 중증·응급 진료 기능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의료 공백을 해소할 타개책을 세웠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 지원을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의 핵심 메시지다.
정부는 지난 13일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등 수련병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선지급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지급은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매달 지급하는 건강보험 급여를 우선 주고 사후에 분할해서 정산하는 제도다. 공단이 병원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건보 선지급은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감염병으로 보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 적이 있다.
정부는 선지급 지원에 조건을 붙이지 않았던 코로나19 위기 때와 달리 이번엔 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감염병처럼 불가피한 천재지변이 아닌 소속 직원이자 수련생인 전공의의 불법 이탈에 따른 병원의 손실을 건강보험료로 메꿔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찮아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을 해소하고 필수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등 보유 재원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 외부 자금 차입 등 충분한 자구 조치를 취했는지 △앞으로 중증·응급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원을 신청하는 병원이 제시해야 할 정상화 방안엔 미복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병원 차원의 대책 등도 포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도 전공의들을 설득하기 위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상당수 전공의들의 장기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직접 당사자인 병원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는 것과 별개로 그간 전공의 설득에 소극적이었던 병원들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대 정원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확정하면서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1만3000여명의 전공의 가운데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600여명으로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끝내 복귀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반영한 병원 구조조정 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줄어든 진료량과 정부가 제시한 중증·응급 진료 중심 기조에 맞게 인력과 인프라를 조정하는 한편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간호사로 메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비상진료체계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병원으로서도 최대한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들의 입장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211개 수련병원에 지침 전달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요양급여 선지급의 구체적 지침을 만들어 지난 24일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전달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병원의 수입이 줄어들었는지 여부 뿐 아니라 중증·응급 진료 기능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의료 공백을 해소할 타개책을 세웠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 지원을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의 핵심 메시지다.
정부는 지난 13일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등 수련병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건강보험 선지급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지급은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매달 지급하는 건강보험 급여를 우선 주고 사후에 분할해서 정산하는 제도다. 공단이 병원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 건보 선지급은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감염병으로 보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 적이 있다.
정부는 선지급 지원에 조건을 붙이지 않았던 코로나19 위기 때와 달리 이번엔 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기로 했다. 감염병처럼 불가피한 천재지변이 아닌 소속 직원이자 수련생인 전공의의 불법 이탈에 따른 병원의 손실을 건강보험료로 메꿔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찮아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을 해소하고 필수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등 보유 재원이나 마이너스 통장 등 외부 자금 차입 등 충분한 자구 조치를 취했는지 △앞으로 중증·응급 진료 기능을 유지하고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지원을 신청하는 병원이 제시해야 할 정상화 방안엔 미복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병원 차원의 대책 등도 포함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도 전공의들을 설득하기 위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상당수 전공의들의 장기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직접 당사자인 병원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임박 대형병원 입장도 달라져
정부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는 것과 별개로 그간 전공의 설득에 소극적이었던 병원들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대 정원 증원이 반영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확정하면서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1만3000여명의 전공의 가운데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600여명으로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병원을 비롯한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끝내 복귀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반영한 병원 구조조정 방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줄어든 진료량과 정부가 제시한 중증·응급 진료 중심 기조에 맞게 인력과 인프라를 조정하는 한편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문의와 진료지원(PA)간호사로 메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비상진료체계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병원으로서도 최대한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들의 입장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