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200K LNG 운반선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200K LNG 운반선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외국인과 기관이 HD현대그룹 상장사들 주식을 연일 사들이고 있다. 전력기기·조선 등 최근 업황이 호조인 계열사를 거느린 데다, 공모주 호황기 수혜까지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어진 ‘쪼개기 상장’이 그룹 주가 추가 상승의 발목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HD현대일렉트릭HD현대중공업을 2928억원, 1987억원 순매수했다. 순위로는 각각 3위와 6위를 차지했다. 기관은 HD현대마린솔루션을 2121억원 사들였다. 같은 기간 순매수 순위 1위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1083억원)은 3위에 올랐다. 10위권에 오르진 못했지만 외국인은 HD한국조선해양(714억원), 기관은 HD현대인프라코어(242억원)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들 계열사는 최근 주가 상승이 가팔랐다.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 중인 HD현대일렉트릭은 이달에도 주가가 18.83% 올랐다. 올 들어선 266.42% 올랐지만 증권사 전망은 여전히 밝다. 조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북미 시장 전력 변압기 매출액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울산과 미국 알라바마 변압기 생산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연간 매출이 2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주 전반의 반등세에 올라탔다. 올들어 주가는 13.33% 상승했다. 높아진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수주잔고가 연간 매출액을 13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HD현대마린솔루션도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 상승)’을 기록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계열사 전반 주가가 오르며 HD현대그룹 시가총액은 48조원을 넘겼다. 포스코그룹(68조원)에 이은 재계 6위다.

주력 사업 전망은 우수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증권가가 대표적으로 꼽는 요소는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을 천명한 모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다. 계열사들 주가 약진 속에서 지주사 HD현대의 주가가 6만원대에 머무르는 이유도 이런 영향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중간지주사를 만들고, 알짜 사업 부문을 분할 상장하며 몸집을 불려온 행보가 기존 상장사들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조선 외 사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HD현대그룹에게 분할 상장이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간지주와 산하 상장사들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데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게 늘며 주가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은 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정유, HD현대일렉트릭 등 대부분 연결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HD현대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 증가 전망”이라면서도 “옥상옥 지배구조와 중복 상장에 따른 ‘더블 디스카운트(기업가치 중복에 따른 저평가)’ 해소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