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늘 변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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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中 ‘여자의 마음’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中 ‘여자의 마음’
오페라 역사에서 단 한 사람의 위대한 작곡가를 고른다면 단연 베르디일 것이다. 독일의 바그너가 있지만, 그는 신화⸱전설⸱영웅의 서사에만 집중했기에 이른바 ‘게르만 정신(Deutschtum)’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작품 감상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후배 푸치니는 대중적인 인기 면에서는 버금갈지 몰라도 체급 자체가 비교 불가다. 베르디가 갖는 무게와 부피에 비하면 족탈부급(足脫不及)이라 하겠다.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伊), 그는 누구인가? 신중하고 심각한 성격에 늘 우울한 정조(情調)가 배어있던 사람이 베르디다. 26편의 오페라 중 말년작 <팔스타프 (Falstaff)>, 단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비극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여관집 아들 베르디는 어려서 가난했으나 아버지의 친구였던 후원인의 배려로 음악을 공부하고 그의 딸과 결혼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아내와 아들딸을 병으로 모두 잃는 비극을 맛본다. 20대 후반 겪은 이 사건을 그는 언제나 운명⸱가족⸱악연⸱희생⸱파멸⸱배신⸱질투⸱죽음 등의 테마에 몰두하며 선 굵은 오페라를 토해냈다. 1851년 38세 때 작품인 <리골레토>는 베르디 음악의 특성인 선율미와 극적 요소가 드라마틱하게 직조된 걸작이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와 <환락의 왕>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스토리는 베르디를 만나 오페라 명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노래와 오케스트라가 최적화된 앙상블을 이루면서 변화무쌍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 전개가 압권. 베르디의 사실상 첫 출세작인 리골레토를 가리켜 어떤 평론가는 ‘오페라가 도달한 최고예술의 극치’로 평하기도 한다.
리골레토(Rigoletto)는 방탕한 귀족인 만토바 공작의 시종이다. 곱사등이에 어릿광대. 고아로 태어났고 일찍이 사랑하는 아내도 잃었다. 마음속은 늘 불만에 차 있으며, 귀족들에게는 굽신거리나 속으로는 경멸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사랑하는 딸, 질다(Gilda). 청초하고 순수한 질다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얄궂은 운명은 공작이 질다를 희롱하게 만들고, 순진한 질다는 이 호색한을 그만 사랑하게 된다. 리골레토는 격분해 자객을 시켜 공작을 시해하기로 마음먹는데 질다는 마땅히 죽어야 할 공작 대신 스스로 목숨을 바친다는 비극적 이야기다. 너무나도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bile)’은 3막에서 만토바 공작이 여성들의 심리와 속성을 일러주며 의기양양하게 부르는 노래. (착각하기 쉬운데 만토바Mantova는 사람이 아니라 공국(公國)의 이름. 지금은 이태리 북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눈물을 흘리다가도 방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늘 변한다네/마음 둘 곳을 모르며 언제나 들떠 있는 어리석은 여자여/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른 채 그저 꿈속에 살고 있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는 항상 변한다네”
현대 여성들이 듣기에는 불편한 여성 비하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사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바람둥이 악당의 비뚤어진 심리를 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오페라 대본을 보더라도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전제 군주와 귀족들의 방탕하고 타락한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린 게 명백하다. 빅토르 위고(1802~1885, 佛)의 원작이 프랑스가 배경임에도 오페라에서는 시기를 16세기, 장소를 이탈리아, 주인공을 공작(公爵)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당국의 공연 불허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녹음은 질다에 마리아 칼라스(Sop), 리골레토에 티토 고비(Bar), 만토바 공작에 주세페 디 스테파노(Ten),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좌(座) 가극장 관현악단 연주 음반(1955)을 보통 최고로 친다. 그러나 1981년 영화판 레이저 디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라인업은 공작에 루치아노 파바로티, 질다에 에디타 그루베로바(1946~2021, 슬로바키아), 리골레토에 잉그바르 빅셀(1931~2011, 스웨덴). 리카르도 샤이 지휘 빈 필 교향악단이 함께한다. 명연(名演)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여관집 아들 베르디는 어려서 가난했으나 아버지의 친구였던 후원인의 배려로 음악을 공부하고 그의 딸과 결혼했다. 그러나 4년 만에 아내와 아들딸을 병으로 모두 잃는 비극을 맛본다. 20대 후반 겪은 이 사건을 그는 언제나 운명⸱가족⸱악연⸱희생⸱파멸⸱배신⸱질투⸱죽음 등의 테마에 몰두하며 선 굵은 오페라를 토해냈다. 1851년 38세 때 작품인 <리골레토>는 베르디 음악의 특성인 선율미와 극적 요소가 드라마틱하게 직조된 걸작이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와 <환락의 왕>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스토리는 베르디를 만나 오페라 명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노래와 오케스트라가 최적화된 앙상블을 이루면서 변화무쌍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 전개가 압권. 베르디의 사실상 첫 출세작인 리골레토를 가리켜 어떤 평론가는 ‘오페라가 도달한 최고예술의 극치’로 평하기도 한다.
리골레토(Rigoletto)는 방탕한 귀족인 만토바 공작의 시종이다. 곱사등이에 어릿광대. 고아로 태어났고 일찍이 사랑하는 아내도 잃었다. 마음속은 늘 불만에 차 있으며, 귀족들에게는 굽신거리나 속으로는 경멸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사랑하는 딸, 질다(Gilda). 청초하고 순수한 질다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늘 노심초사다. 얄궂은 운명은 공작이 질다를 희롱하게 만들고, 순진한 질다는 이 호색한을 그만 사랑하게 된다. 리골레토는 격분해 자객을 시켜 공작을 시해하기로 마음먹는데 질다는 마땅히 죽어야 할 공작 대신 스스로 목숨을 바친다는 비극적 이야기다. 너무나도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 (La Donna e Mobile)’은 3막에서 만토바 공작이 여성들의 심리와 속성을 일러주며 의기양양하게 부르는 노래. (착각하기 쉬운데 만토바Mantova는 사람이 아니라 공국(公國)의 이름. 지금은 이태리 북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눈물을 흘리다가도 방긋 웃는 얼굴로 남자를 속이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늘 변한다네/마음 둘 곳을 모르며 언제나 들떠 있는 어리석은 여자여/달콤한 사랑의 재미도 모른 채 그저 꿈속에 살고 있지/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는 항상 변한다네”
현대 여성들이 듣기에는 불편한 여성 비하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사실 앞뒤 맥락으로 보면 바람둥이 악당의 비뚤어진 심리를 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오페라 대본을 보더라도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일고 있던 전제 군주와 귀족들의 방탕하고 타락한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린 게 명백하다. 빅토르 위고(1802~1885, 佛)의 원작이 프랑스가 배경임에도 오페라에서는 시기를 16세기, 장소를 이탈리아, 주인공을 공작(公爵)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당국의 공연 불허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녹음은 질다에 마리아 칼라스(Sop), 리골레토에 티토 고비(Bar), 만토바 공작에 주세페 디 스테파노(Ten),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좌(座) 가극장 관현악단 연주 음반(1955)을 보통 최고로 친다. 그러나 1981년 영화판 레이저 디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라인업은 공작에 루치아노 파바로티, 질다에 에디타 그루베로바(1946~2021, 슬로바키아), 리골레토에 잉그바르 빅셀(1931~2011, 스웨덴). 리카르도 샤이 지휘 빈 필 교향악단이 함께한다. 명연(名演)이란 게 무엇인지 보여준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