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이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이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이 시작부터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새로운 증거 2000건 넘게 제출하고, 증인도 열 명 넘게 신청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 역시 이에 반박할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맞서는 등 양측은 2심에서도 총력전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27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1심에서 내지 않았던 증거 약 2300건의 목록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중 상당수가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에 반박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외부감사법과 자본시장 전문가,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전부 무죄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지만, 항소심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최소 규모로 증인을 신청했다. 검사들은 이 전문가들에게 어떠한 의견도 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는 만큼 양심에 따라 진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 상당수는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닌데, 검찰 의견에 맞는 진술을 듣겠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만약 이런 증인들이 채택된다면 이를 반박하기 위해 피고인 측에서도 증인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1명 중 대다수는 이미 진술조서가 작성돼 있어 새로운 증거가 아니다"라며 "합병 비율의 정당성 등과 관련해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굳이 이들이 출석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록 검토와 의견서 제출 등을 명한 후 7월 22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이 회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지난 2월 열린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