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수사관 대폭 증원…기업 "근로감독 세지나" 긴장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수사 조직과 인력을 대폭 증원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이른바 ‘미조직 근로자’를 지원하는 조직도 한시 조직에서 정규 조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 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노동약자 보호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7일 고용부가 입법 예고한 ‘고용부와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고용부는 경기 의정부·성남, 경남 창원, 경북 포항 등 6개 지청에 광역중대재해수사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는 서울·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지방고용노동청 및 경기지청 일곱 곳에 있다. 6개가 추가되면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총 13개로 늘어난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도 75명(6급 31명, 7급 44명) 증원하기로 했다. 수사 인력 정원은 현재 138명에서 213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수사 인력을 충원하는 차원이다.

▶본지 1월 29일자 A4면 참조

고용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법 확대 실시를 앞두고 당초 15명을 증원할 방침이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중대재해 발생 사건 중 검찰로 송치하거나 사건을 종결한 비율을 의미하는 ‘처리율’은 34.3%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 정원 동결·축소 기조를 감안하면 75명 증원은 전 부처를 통틀어도 드문 일”이라며 “중대재해 수사 장기화로 인한 기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다음달께 출범하는 ‘미조직근로자지원과’도 당초 한시 조직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8명 규모의 정규 조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미조직근로자지원과는 지난 14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설치를 지시했다.

고용부는 공무원 조직 축소 기조에 맞춰 대거 하향 조정한 직원의 직급도 원상 복구해 하위직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다. 고용부 소속 기관(지방고용청 등) 정원 163명(8, 9급)의 직급을 원직급(7, 8급)으로 되돌리고 고용부 본부 관리자급 직급도 상향 조정했다. 그간 고용부 내부에서는 “직급 하향 조정과 정원 감축에 따라 승진 적체 및 근로감독 품질 저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노동약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은 미조직 노동자를 ‘노동약자’로 칭하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 정책 방향이 미조직·플랫폼 근로자 권리 강화 등 노동약자 보호와 기초 노동 질서 확립 중심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주 52시간제 개편, 파견 범위 확대, 중대재해법 유예 등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노동개혁은 지지부진하다. 경영계는 여당의 총선 패배로 노동개혁 입법이 한층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동 규제 관련 부서가 확대되자 “근로감독만 세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통상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고용부 조직 규모가 축소되고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확대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부서 확대는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고용부 전체 정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초 300여 명 줄었지만 반년도 안 돼 80명 가까이 회복됐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이 줄줄이 답보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약자 보호에만 집중하면 노동시장 비효율이 한층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