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물가 급등…전세 사는 30대, 타격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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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물가·소비 영향' 보고서
구매력 줄고, 대출상환 부담 커져
구매력 줄고, 대출상환 부담 커져
소비자물가가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13% 가까이 뛰면서 민간 소비 증가율이 5%포인트 하락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전세 제도의 특성 등으로 30대 전세 거주자가 고금리와 고물가 피해를 가장 크게 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연 3.8%)로 집계됐다. 2010년대(연 1.4%)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민간 소비는 올해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5~2019년 추세를 크게 밑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자산과 부채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요국에선 물가 상승으로 자산이 많은 고령층의 상황이 나빠지고 부채가 많은 청년층은 나아지면서 부의 재분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 제도가 청년층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으로 명목자산인 전세보증금의 실질가치는 하락했지만 은행에서 빌린 대출은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아 이자 부담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30대 전세 거주자의 피해가 특히 컸고 45세 미만은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 부채 감소 효과가 이자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소비에 미친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2021~2022년 실질 구매력 축소가 약 4%포인트, 금융자산 실질 가치 훼손이 약 1%포인트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이 기간 누적 기준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 늘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연 3.8%)로 집계됐다. 2010년대(연 1.4%)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민간 소비는 올해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2015~2019년 추세를 크게 밑돌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청·장년층(14.3%)과 고소득층(14.2%)보다 높았다.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식료품 등 필수재의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은 자산과 부채의 실질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요국에선 물가 상승으로 자산이 많은 고령층의 상황이 나빠지고 부채가 많은 청년층은 나아지면서 부의 재분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에선 다른 나라에 없는 전세 제도가 청년층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상승으로 명목자산인 전세보증금의 실질가치는 하락했지만 은행에서 빌린 대출은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아 이자 부담이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30대 전세 거주자의 피해가 특히 컸고 45세 미만은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명목 부채 감소 효과가 이자 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물가가 소비에 미친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2021~2022년 실질 구매력 축소가 약 4%포인트, 금융자산 실질 가치 훼손이 약 1%포인트 소비 증가율을 낮췄다. 이 기간 누적 기준 소비 증가율(9.4%)을 고려할 때 물가 급등이 없었다면 소비가 14% 이상 늘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정동재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는 부정적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