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탄소중립 산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탄소중립산업법(NZIA)’을 27일 최종 승인했다.

EU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는 이날 탄소중립산업법의 모든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조만간 EU 관보에 게재되면 그로부터 20일 뒤 발효된다.

탄소중립산업법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한 뒤 반도체 등 관련 산업 투자를 빨아들이는 데 대응해 EU가 추진한 법안으로 ‘유럽판 IRA’로 불린다. 역내 청정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EU 입법 패키지인 ‘그린딜’의 핵심 법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법안은 2030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연료전지, 히트펌프, 탄소포집 등 청정 기술 관련 제품의 역내 생산 비중을 40%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EU 관련 기업 점유율을 15%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중립산업법에 따르면 기존에 수년 걸린 청정 기술 관련 사업의 전반적인 허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짧게는 12개월, 길어도 18개월 안에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되면 9개월에서 최장 12개월 이내로 허가 소요 기간이 더 짧아진다. EU 역외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에 상응하는 탄소 가격을 부과해 EU 역내외 기업 간 공정 경쟁을 유도한다.

다만 직접적 자금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입법 과정에서 이른바 ‘유럽주권펀드’를 조성해 전략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미국 IRA나 중국의 공격적 보조금 정책과 비교하면 직접적 지원자금 투입 방안이 사실상 빠졌다는 점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종안에는 전략 프로젝트에 대해 각 회원국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수익 등을 활용해 자금을 지원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환영하면서 “청정 기술의 역내 생산을 촉진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청정에너지 기술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역외에 의존하는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