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 사진=연합뉴스
워런 버핏 / 사진=연합뉴스
“최고의 투자는 가장 값싸게 매입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 주로 ‘가치투자’를 강조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가치투자란 기업의 가치를 보고 주가가 해당 기업의 가치보다 쌀 때 해당 주식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사는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에서도 우량매물을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하려는 가치투자가 대세로 자리한 지 오래다. 멀리는 IMF 외환위기 시절, 가까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가치투자가 제대로 빛을 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시절은 경기 불황 여파로 전형적인 매수자 우위 시장이었는데, 이른바 ‘값싼 매물’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였다. 이때 값싼 매물은 급매물, 경·공매물, 부실채권(NPL)매물, 대물변제 매물, 미분양 할인 매물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많은 자산가를 맞이했다. 고금을 막론하고 자산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최고의 투자 원칙은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하는 것’, 즉 가치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우량부동산을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하기

A씨(남/60세)는 현직 대학교수로 부동산업계에서 제법 알아주는 유명 인사이다. 특히 강남권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중개업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한때는 부동산 투자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이처럼 부동산시장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독특한 투자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내세운 제1의 투자 원칙은 우량부동산을 시세보다 값싸게 매입하는 것이었다. 특히 법인의 경영악화나 개인의 상속 이슈 등 건물주의 급박한 자금 사정으로 소리 소문 없이 급매물로 나온 강남 요지 빌딩은 그가 선호하는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물론 이런 그만의 독특한 투자 원칙은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졌고,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동산업계의 성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지난 20여 년간 수차례에 걸친 부동산 거래 과정을 통해 고액 자산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선 2003년 2월경 상속인들의 재산분배 과정에서 세금 납부를 위해 급매물로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로변 소재 4층 규모의 근린상가 빌딩(일반상업지역, 토지 337㎡, 건물 1,454㎡)을 당시의 시세인 60억 원에서 약 17%나 할인된 50억 원에 매입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2024년 현재, 이 빌딩의 호가 시세는 대략 300억 원에 이른다. 만일 호가 시세대로 매각이 실행된다고 가정해 보면 급매로 매입한 지 21년 만에 무려 500% 세전 투자수익률(세전 양도차익 300억 원)을 달성하게 된다. 통상적인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투자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A씨의 이런 투자 행태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이 시기를 우량매물을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2008년 10월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대로변에 소재한 5층 규모의 오피스빌딩(일반상업지역, 토지 512㎡, 건물 2,952㎡)을 당시의 시세인 320억 원에서 33% 할인된 215억 원에 매입했다. 그 당시 이 빌딩은 모 기업이 사옥으로 사용하던 중 경영난으로 도산 직전까지 내몰리면서 암암리에 나온 급매물이었다. 2024년 현재, 이 빌딩의 호가 시세는 테헤란로 대로변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가격수준을 감안할 때 최소 770억 원에 달한다. 금상첨화라고 했던가. 더욱이 인근 삼성역 주변 초대형 개발 호재(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신축, GTX·KTX·위례신사선 개통 예정 등)가 몰리면서 이 일대는 매물 품귀가 이어지고 있다. 만일 호가 시세대로 매각이 실행된다면 A씨는 이 빌딩을 급매로 매입한 지 15년 만에 무려 258% 세전 투자수익률(세전 양도차익 555억 원)을 달성하게 된다. A씨가 이처럼 부동산 투자의 귀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나름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원칙, 즉 “최고의 투자는 가장 값싸게 매입하는 것”이라는 안전마진(Margin of safety) 개념의 가치투자 원칙에 충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동산을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원동력은 ‘흥정의 힘’

재래시장에 가서 티셔츠 한 벌을 살 때, 혹은 운동화 한 켤레를 살 때도 값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흥정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생일대의 가장 큰 거래라고 말할 수 있는 부동산을 살 때 흥정의 과정 없이 제값을 다 주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Designer ai가 만든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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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자영업자 B씨(여/55세). 현재 그녀는 서울 강남권에 오피스빌딩 2채와 구분상가 3개 호를 소유하고 있다. 그녀의 경우 평소 몸에 밴 이른바 ‘장사꾼 기질’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도 반드시 흥정이라는 절차를 거치게 했다. 실제로 B씨는 8년 전 상속 이슈 때문에 급매물로 나온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7층짜리 오피스빌딩을 당시의 시세 280억 원(토지가격 기준 3.3㎡당 1억 원)보다 훨씬 저렴한 210억 원(3.3㎡당 7,500만 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사실 해당 빌딩은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마케팅 가격이 300억 원이었다. 하지만 그 가격에 빌딩을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투자자를 찾아낼 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해당 빌딩의 경우 공실이 없었음에도 임대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대수익률이 매우 낮았다. 당시 시장요구수익률(연 3.0~3.5%)에 크게 못 미치는 연 1.8%대에 머물렀기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따라서 대출을 활용하기보다는 현금중심으로 매입할 수 있는, 이른바 ‘준비된 투자자’만이 접근할 수 있어 보였다.
문제는 B씨가 해당 빌딩을 소개받았던 그 당시만 해도 세계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도널드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내 정국마저 불안해지자 수많은 투자자가 부동산 매입 자체를 보류하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었다. 준비 안 된 상속 발생으로 세금이 체납된 상태였던 매도자로서는 몹시 당황스럽고 난감할 뿐이었다. 하지만 매수 희망자 B씨는 이를 흥정의 카드로 활용했다. 상대방의 조급증(상속에 따른 세금 체납 이슈로 서둘러 매각하려는 매도자 측의 심리상태)과 급변하는 시장분위기(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여파로 국내외 정세불안 가중)를 가격흥정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시세(280억 원)는 물론, 심지어 감정평가 금액(240억 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210억 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2024년 현재, 이 빌딩의 시세는 최소 650억 원에 달한다. 흥정으로 초대박을 맞이한 B씨였다.

하나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투자자문팀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이동현

※ 본 기고문의 의견은 작성자 개인의 의견이며, 소속회사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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