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없는 삶이 어디 있겠나, 함께 가자 <찬란한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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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허남웅의 씨네마틱 유로버스
난니 모레티 <찬란한 내일로>
함께할 수 있다면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난니 모레티 <찬란한 내일로>
함께할 수 있다면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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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난니 모레티의 신작 제목은 <찬란한 내일로>(2023)이다. 이번 영화에도 난니 모레티가 직접 출연하고 극 중 감독으로 나와 부수고, 때리고, 죽이고, 쏴대는 현대영화의 트렌드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며 ‘마이 웨이 My way’ 자신만의 영화 만들기로 영화의 위기인 시대를 돌파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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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올라는 모아이 석상마냥 남편의 비위를 맞추고 달래던 중 예전부터 생각해 오던 이혼을 결심한다. 세상은 변하고 그에 맞춰 관계도 재조정해야 하는데 조반니는 여전한 영화에 대한 고집에, 가족보다 영화를 더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태도에 그만 지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고, 어두운 어둠 끝에 해는 떠오르고,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듯, 절망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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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나오는 뮤지컬 씬이 대표적인 예인데, 조반니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축구공으로 드리블하며 흥얼거리는 노래는 스탭으로 참여한 이들이 가세하면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투로 강한 긍정의 마인드를 드러낸다. 뮤지컬의 기능이란 게 그렇다. 모든 게 끝난 듯한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처럼 분위기를 역전하는 기운으로 해피엔딩의 초석을 마련한다.

시대는 변했을지 몰라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관객 간에, 삶을 공유하는 가족 간에 지켜야 할 가치는 시간에 영향받지 않는다. <찬란한 내일로>의 마지막은 이 영화의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난니 모레티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총출동해 행진하는 모습에 할애된다. 함께의 가치를 공유하기에 찬란한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