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대통령, 애플·오픈 AI CEO 만난다…12월 이후 4번째 방미
자칭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3주만에 미국을 찾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밀레이 대통령은 31일까지 아르헨티나에 기술 부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미 일정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12월 이후 4번째 미국 방문이자 취임 이후 5번째 방문이다.

아르헨에 AI 투자 유치 목표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아르헨티나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일정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 미국 실리콘밸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인공지능(AI)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목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만나는 일정을 시작으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마크 주커버그 메타 CEO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인 약 30명을 잇따라 만난다.

29일에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를 찾아 45분 간 연설하고 리처드 살러 스탠퍼드대 총장과 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후버연구소장과 만난다. 다음달 1일에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엘살바도르의 수도인 산살바도르를 찾을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는 대통령의 여동생인 카리나 밀레이 비서실장과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 등이 동행한다.

국민 절반이 빈곤선 아래인데잦은 해외 순방에 민심 '부글'

파히나12 등 현지 매체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가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으며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너무 잦고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6월 말까지 무려 8번의 해외 순방을 마칠 예정이다. 라나시온에 따르면 이는 취임 후 6개월 동안 아르헨티나와 남미 지도자를 통틀어 역대 가장 많은 해외 순방 기록이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절반 이상은 빈곤선 아래에 있다. 올해 1분기 빈곤율은 51.8%로 전 분기보다 10.1%포인트 늘었다. 공공지출 삭감, 공공 일자리가 줄어든 영향이다. 아르헨티나 INDEC 통계국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두 자녀를 둔 부부의 빈곤선이 한달 기준 60만페소(약 91만원)인데에 비해, 현재 아르헨티나 교사의 평균 월급은 35만페소(약 53만원)다. 교사 부부가 맞벌이로 두 자녀를 키울 경우 이 가족은 빈곤선을 10만원 차이로 겨우 넘는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 289.4%를 기록했다. 3월 경제 활동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기준 금리는 한 달 만에 연 70%에서 연 40%로 인하했으나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경제 전반이 고물가에 신음하는 실정이다.

밀레이가 뚜렷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 한 비판을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전략자문회사 맥라티어소시에이츠의 케지아 맥키그 이사는 "수년간의 불안정한 투자 환경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국제적 명성이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일부 부문에서는 엄청난 기대가 있지만 기업은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말했다. 파비오 로드리게스 앰앤알아소시아도스 분석가는 마일리의 경제 정책에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마일리와 투자자 미팅을 한다면 "이념에 대한 얘기보다는 경제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